WEDGE OPINION 2012.02.22
2012년 2월 22일(수) 미야와키 라이스케(宮脇磊介)
3월 4일의 대통령선거에서 푸틴 재선이 유력시되는 러시아.
작년 말 하원선거 후의 혼란으로 선거대책 재편은 필요했지만 푸틴체제의 재복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일본은 러시아국민이 반발하는 말을 되풀이해 스스로 양국의 거리를 넓혀왔다.
러일 쌍방의 국익을 정확히 재확인하여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 전후 오랜 현안인 북방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양호한 신뢰관계를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소련이 붕괴된 지 20년이 지났다. 올해 3월에는 러시아대통령선거를 맞이해 푸틴 총리의 복귀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전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작년 12월에는 러시아 하원선거에서의 부정투표 의혹이 떠올라 「반 푸틴」을 내건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집회가 발생,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푸틴의 강권적인 방법을 혐오하는 해외언론은「아랍의 봄」을 생각하며 「슬라브의 봄」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논조마저도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항의집회에 참가한 모스크바 시민은 이미 자립한 자유로운 지식인과 교육수준이 높은 젊은이 및 중산계급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들고 일어난「아랍의 봄」과는 명백히 상황이 다르다.
대러 외교 전략을 입안하는데 있어 일본은 이러한 근시안적인 보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푸틴이 대통령으로 복귀한다면 「강대한 푸틴정권이 만들어져 북방영토문제가 쉽게 해결된다는 전망은 환상」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푸틴의 복귀는 러일관계의 더 나은 발전과 북방영토문제해결의 결정적인 기회가 도래함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기회를 해결로 이끌 수 있을 지 여부는 모두가 일본의 대응에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러시아라는 나라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련이 붕괴되고 난 후의 20년을 [총괄]하고 앞으로의 대러 외교의 올바른 본연의 모습을 논하고자 한다.
변하는 러시아와 푸틴
사실인식을 그릇친 일본
소련붕괴로부터 20년, 러시아는 3가지 큰 변화를 이뤄냈다.
첫 번째는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었고,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된 일이다. 이로써 소련시대에는 수뇌의 판단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외교방침 등을 결정했었지만,「민의(民意)」와 「여론」동향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국민이 요구하는 「국익」을 염두에 둔 정책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지금「반정부」「푸틴비판」을 편집방침의 중심에 두는 미디어조차 등장해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언론 상황과 국가체제와는 사정이 다르다하겠다.
두 번째는 소련이 해체되어 러시아로 된 1990년대 초, 러시아를 뒤덮었던 빈곤과 절망감으로부터의 탈출로 국가 및 국민의 자신감 회복과, 천연가스・석유(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러시아경제의 호전이라 하겠다. 러시아는 지금 재차 세계강국이 되는 게 꿈만이 아닌 현실로, 희망과 자신감 회복은 최근 고조된 러시아 내셔널리즘의 기반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국력회복에 의한 경제정책의 새로운 전개라 하겠다. 1998년의 러시아경제위기와 2008년의 리먼 쇼크로 러시아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또한 자원에 의존한 경제회복이었기에 산업의 구조개혁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면서 경제발전의 중심을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구체적으로는 「동시베리아・극동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국가 모습이 크게 변모된 것만 아니다. 2000년에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러일 간 현안해결, 특히 영토문제해결을 위해 푸틴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발다이 클럽(Valdai Discussion Club)」으로 알려지게 된 회의에서의 일이다. 푸틴은 (집권)2기에 들어선 2004년 가을부터 자신의 생각을 세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자 매년 주요국 러시아전문가를 모은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실은 이 회의에서 푸틴은 2005년, 「대통령 임기 중에 러일 간 영토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음 해의 회의에서는 「이건 진심이다」라고까지 단언했지만 대부분의 일본미디어에서는 (이에 대한)보도도 반응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본래 개인적으로 배웠던 유도 등을 통해 일본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푸틴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을 접한 건 2000년 오키나와 정상회담에 초청받아 일본을 방문한 때였다. 이후, 푸틴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일본의 경제력에 큰 매력과 기대를 품는다. 그리고 경제위기로부터 「강한 러시아」로 재건하기 위한 구상, 즉 「동시베리아・극동개발」을 통한 21세기형 발전구상을 굳히고, 자원대국에서 벗어나 제조와 판매라는「산업대국」으로의 전환을 도모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고도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간과해선 안 되는 건, 푸틴이 이들 구상과 「영토문제」를 세트로 해 일본에 대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러시아의 국익에 맞는 노력과 협력을 실시, 푸틴과 러시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영토문제해결을 위한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의「발다이 클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태는 전혀 진전되기는커녕 호전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국가」지만 일본국민은 스탈린시절의 피비린내 나는 전제지배와 종전전후 러시아군의 수많은 잔학행위 등에 대한 저항감 때문인지 러시아에 대해 엄격히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일본의 정치가가 러시아문제로 발언할 때, TPO(; time, place, occasion의 약어. 때와 장소와 경우에 따라 복장이나 행위·말씨 등을 다르게 하는 일.)를 생각지 않고 공공의 장에서 「일본정부의 기본 입장」을 주장하는 적이 자주 있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북방영토문제에 대해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와 유식자, 나아가 러시아국민까지 모두 반발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은)「반환」「불법점거」와 같은 말이다.
최근 영토문제해결의 길에서 멀어진 러일관계
(주)직책은 당시
(출처)신문보도 등을 토대로 WEDGE가 작성.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1945년 8월 15일의 「항복선언」후인 8월 18일부터 9월 5일에 걸쳐 소련군이 당시 일본의 영토였던 치시마열도(千島列島)에 무력으로 진입, 공격해 일본군과 약1만7000명의 일본인 전원을 내쫓고 점거한 일은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다. 이는 모든 일본국민이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 사실로 러시아국민에 알려야만 하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반환」하라고 소리 높여 외쳐왔던 것이다.
그러나 종전 전후로 소련이 일본에 행한 치시마 무력점거, 만주거주 일본인 및 거주 일본인의 시베리아억류와 강제노동 등의 불법행위는 일본인이 상상하고 있는 이상으로 「러시아국민은 그 사실을 모른다」. 러시아에 불리한 사실을 러시아정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공표할리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러시아에게 있어「반환」이라는 말은 「얻은 걸 되찾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반발하는 것이다.
일본의 정치가는 이러한 「(북방영토의)러시아에 의한 점거는 매우 유감」,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다」, 「불법점거다」, 「4도를 반환하라」와 같은 발언을 반복해왔다. 정치가 입장에서 보면 그런 발언은 용기 있는 말이고 국민을 향한 어필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러시아 정상이 영토문제해결을 위한 진전을 도모하려 하는 때에 일본정부 정상의 무지와 마음에 없는 소행으로 스스로 해결을 위한 길을 닫아버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대 국면을 맞이한 일본의 대러 외교
일본의 대러 외교는 지금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푸틴 재등장을 대비, 일본은 북방영토문제해결을 위해 러시아국민을 향한 「정보발신」과 러시아국내「여론형성」에 지혜로운 「전략」과 「행동」이 요구된다. 즉, 영토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일본의 대러 외교는 시종일관 「러시아 수뇌가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나 「기회의 창」은 일본이 개척해나가야만 한다.
러시아국민이 모르는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이 하지 않으면 누가한단 말인가. 사실, 2005년에 일본인 강제억류문제로 「러일 심포지엄」이 열렸을 때 러시아에서는 「왜 일본은 러시아에 대해 명확히 (사죄・보상 등의)요구를 하지 않는가」「러시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련에 의한 일본인 시베리아억류사를 러시아어로 제작해 러시아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 일본이 왜 주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본정부는 제대로 된 치밀한 홍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러시아 정부기관・미디어・민간섹터를 움직여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기운을 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협력을 요청해야만 한다.
한국과의 다케시마(독도)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왜 다케시마(독도) 영유권이 문제화됐는지 일의 발단을 상대방에 알린다, 그 전에 일본 국민이 알아 둔다. 그것이 영토문제해결을 위한 기반구축이라 할 수 있다.
러일 간에는 다양한 채널도 필요하다. 요즈음에는 총리, 외무장관급에서도 상황의 흐름에 따른 교제다. 푸틴이 「일본은 대등하게 사귈 수 있는 나라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사람이라면 대등하게 사귈 수 있는 인물이다」라고, 푸틴을 비롯해 러시아 요인들에게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받을 수 있는 정치가가 일본에 나타나야만 한다.「일본정부와 일본국민은 전략적 사고가 뛰어난 지혜로운 국민이다. 때문에 일본에 대해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인식시킬 수 있을 만큼의 「파워」를 보여줘야만 한다.
또한 호스트국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APEC개최를 9월로 앞두고 있는 올해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해다. 일본 기업도 푸틴구상에 따라 동시베리아・극동개발을 위한 투자전략에 대해 구상검토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간 및 사업을 전개할 현장에서의 인적교류와 신뢰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러시아에서는 법률・제도정비・운용이 불안정해 일본기업의 투자와 진출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푸틴구상실현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을 푸틴 스스로가 세우고 지방정부・기업의 현장책임자에 대해 사업수행을 위한 벌칙이 따르는 철저한 방안을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푸틴의 약속을 받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푸틴과의 신뢰관계구축이 열쇠가 된다.
일본정부는 「기다리는 외교」에서「국면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해 러일 쌍방의 「국익」을 정확히 인식해 양호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후, 전후 오랜세월 현안이었던 영토국경획정문제를, 최종적으로는 「에토로후섬(択捉島)」과「우루프섬(ウルップ島)」과의 사이에 국경선을 긋는 형태로 해결을 이끌어나가야만 한다. 푸틴대통령이 복귀하고 재임 12년 동안에 일본의 투자로 개발이 진행된 섬들에서 전 치시마주민 및 그 유족들과 함께 러시아인 주민들도 포함해 기념식전이 성대하게 개최되는 날을 목표로, 일본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혜를 끌어 모아 도전해보자.
◆WEDGE 2012년 2월호에서
http://wedge.ismedia.jp/articles/-/1704
독도본부 2012. 04. 14.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