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전통적 동맹강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 외교 노선을 채택하며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정책을 흔드는 중요한 키플레이어가 됐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한국을 비롯해 남중국해 이슈에서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인도네시아, 그리고 민주화 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독자노선을 취하는 미얀마 등은 아시아에서 전략적 변화의 핵심 지렛대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겉으로 보이는 평온함과는 달리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감한 정책을 단행했다. 중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독립적 노선을 취하며 의견을 달리한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왜 서울은 북한의 위협에 동요하지 않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실제로 공격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북한의 미사일이 점점 고도화 되는 와중에도 서울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지역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수행하며 G20와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 글로벌 조력자로 성장하며 점차 독자적인 정책을 추구한 과정의 결과다. 일본 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도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중국 열병식에 참관하는 등 중국과의 친밀한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있어서는 사드 배치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즉, 균형외교를 지향하고 있다는 견해다.
남아시아의 대국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내각을 재편성하며 루훗 빤자이탄 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을 해사부 조정장관으로 임명, 해상 세력 확장을 위한 본격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투나 제도를 베타적 경계수역(EZZ)으로 선포한 인도네시아는 자신의 해역을 넘보는 중국을 견제하며 남중국해에서 글로벌 해상파워를 드러낼 야심에 차있다. 이미 지난 7월 나투나 제도 해역의 국방·안보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그동안 영유권 분쟁에서 취해왔던 중립적인 입장을 버렸다. 중국의 불법어업 문제로 양국 해양 경비선들이 충돌직전 상황까지 겪자 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구애를 동시에 받고 있는 미얀마는 민주화 바람이 몰고 온 자국의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줄다리기를 타고 있다. 미국은 앞서 7일 미얀마에 가해졌던 경제 제재를 19년만에 전면 해제하며 미얀마 시장 진출을 기다리던 자국 기업들의 포문을 열어줬다. 그렇다고 미얀마가 미국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지난 8월 중국을 전격 방문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같은 독립적 행보는 폭 넓은 전략적 목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해상 강국으로서의 세력을 넓히려는 것이나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전략적 목표에서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시아 내에서 세력을 뻗치려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노선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의 외교단절 카드까지 내놓으며 전통 동맹이었던 미국을 멀리하고 있는 필리핀은 대표적 사례가 된다. 지난 7일 취임 100일을 맞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오는 18일이나 19일 중국을 방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결과 경제 협력까지 외교행보를 넓히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미국과는 4 ~9일 동안 치러진 합동군사훈련을 향해 “마지막 합동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며 언제든지 외교중단을 선언할 준비가 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필리핀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시아 중시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하며 이 지역에서의 리더십에 손해를 볼 수 있다. 중국 또한 인도네시아와의 마찰로 남중국해 이슈가 더욱 붉어질 수 있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과도 적절한 외교적 노력을 취해야만 하는 입장이 됐다. [아시아투데이 2016.10.10]
독도본부 2016.10.17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