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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변 바다를 '한·일 중간수역'으로 정하다

양국 간 EEZ 경계는 합의 못 하고 장기 표류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어업협정은 한국이 수세적 입장이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어업 기술력과 어업 규모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한·일 어업협상에서 한국의 목표는 일본 어선의 한국 수역 진출을 최대한 막는 것이었다. 한국 쪽에만 어업전관수역 밖에 공동규제수역을 설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한국 어업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 어선은 이전에 조업하던 한국 연근해에서 벗어나 동해의 황금어장인 대화퇴(大和堆) 어장은 물론 일본 홋카이도 해역까지 진출했다. 일본 수역에서 조업하는 한국 어선이 많아지자 양국 간 어업 마찰이 늘어났고, 한·일 어업협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 어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굳이 한·일 어업협정을 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마찰이 많이 발생하는 수역에 대해서만 1980년부터 조업 자율규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1994년 11월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연안으로부터 12해리인 영해와 별도로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한·일 어업협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EEZ는 그 안에 있는 자원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으며, 과학적 조사와 환경보호권을 갖는 구역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400해리가 되지 않는 곳이 많아서 EEZ 경계를 양국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했다. 1996년 1월과 6월에 각각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한 한국과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의 개정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은 일본과의 어업협상을 시작하면서 우리 어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본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독도 영유권이 EEZ 획정 교섭에서 손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했다. 따라서 한국은 영토 문제와 관련된 EEZ 경계 획정은 어업협정과 병행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시급한 현안인 어업협정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결 전망이 불투명한 EEZ 문제와 분리해서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1996년 6월 제주도에서 만난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과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EEZ 문제와 어업협정을 별개의 문제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에도 실무협상에서 한국대표단은 양자의 병행 협상을 주장했지만 1997년 8월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 회담에서 한국은 한·일간 어업 경계선으로 울릉도와 오키(隱岐) 군도의 중간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그럴 경우 독도가 한국 쪽 수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동해의 황금어장인 대화퇴어장에서 조업 중인 각국 어선들. 대화퇴어장은 1998년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에서 설정된 ‘한·일 중간수역’에 걸쳐 있다.

어업협정을 EEZ 문제와 분리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도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중간수역’ 방안이 부상했다. 독도는 12해리의 영해만 갖고 그 주변 수역은 양국이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내용으로 1965년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에 있는 ‘공동규제수역’ 관리방안을 활용한 것이었다. 이후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타협안이 마련됐지만 일본은 국내적인 이유가 겹쳐서 1998년 1월 일방적으로 기존의 한·일 어업협정 종료를 통보해 왔다.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가 시작돼 고통받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웃 나라의 어려움을 배려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과 일본은 협정 종료 유예기간에 다시 협상을 벌여서 1998년 11월 신한일 어업협정에 서명했고, 1999년 1월부터 발효됐다.

한·일 중간수역 안에 들어있는 독도의 12해리 영해는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일본이 받아들인 것이 됐다. 하지만 일본은 어업협정의 타결을 위해 ‘현상 유지’를 수용하면서도 이를 한국의 독도 영유권 인정과는 분리하려고 했다. 일본의 이런 입장은 ‘중간수역’이 아니라 ‘잠정수역’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사용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독도 주변 바다를 중간수역으로 설정한 신한일어업협정은 한국에서 일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신한일어업협정의 제15조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締約國)의 입장을 해(害)하는 것으로 간주되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협정이 어업에만 한정되는지 아니면 독도 영유권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국 정부와 상당수의 전문가는 신한일어업협정이 EEZ 경계 획정을 앞두고 어업만을 위한 잠정조치로, 이는 협정문에 명시돼 있으며 독도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독도와 그 영해를 제외한 바다가 중간수역이라고 했다. 반면 다른 상당수의 전문가는 국제법상 어업권은 영유권에서 파생돼 나온 것으로 양자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잠정수역 안에 영토분쟁이 있는 섬이나 땅이 있는 것은 상대국에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한일어업협정에 의해 설정된 ‘한·일 중간수역’과 한국과 일본이 각각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2001년 3월 신한일어업협정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있다고 해도 독도의 영유권 문제나 영해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결정했다. 어업협정은 EEZ 경계 획정이나 영토 문제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2009년 2월 헌법재판소는 비슷한 헌법소원에 대해 다시 동일한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결정에도 불구하고 신한일어업협정의 중간수역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훼손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어업협정과 EEZ 경계 획정을 분리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별도로 계속 가졌다. 유엔해양법협약 제74조는 “서로 마주 보고 있거나 인접한 연안을 가진 국가 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은 공평한 해결에 이르기 위하여 국제법을 기초로 한 합의에 의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공평한 해결’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중간수역 설정을 통해서 독도 문제를 피해간 어업협정과 달리 EEZ 경계 획정은 한국과 일본의 어느 한쪽이 독도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국이 처음 제시한 한국과 일본의 EEZ 경계는 한국 울릉도와 일본 오키섬의 중간선이었다. 이는 독도를 EEZ를 갖지 못하는 암석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이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EEZ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울릉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으로 양국의 EEZ 경계를 획정해도 독도가 한국 쪽 EEZ에 속한다는 사실도 한국 제안의 배경이 됐다. 반면 일본은 한국 울릉도와 독도의 중간선을 제시했다. 독도를 EEZ를 갖는 섬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은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국은 2006년 6월 제5차 회담에서 새롭게 독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을 한국과 일본의 EEZ 경계로 제시했다. 독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서 유엔해양법협약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울릉도와 오키섬의 중간선 제시가 독도 영유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국내의 비판에 따른 입장 변화였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은 독도가 EEZ를 갖는 섬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에 대해 일본은 제주도 남쪽에 있는 침대 크기의 작은 암석 도리시마(鳥島)를 일본 EEZ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어지는 회담에서도 한·일 양국의 주장은 변함이 없었고, 변화의 가능성도 없었다. 두 나라는 2010년 6월 제11차 회담을 끝으로 EEZ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더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독도 영유권이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독도 문제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였다.[조선일보  2020.08.09]

독도본부 2020.08.17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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