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 여기 오신 여러분들은 모두, 제 이야기를 듣기로 작정을 하고 맨정신으로 오신 분들이라, 말씀을 드리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도찾기운동본부가 개최한 지금까지의 5차례 강연의 강사님들은 모두 독도문제와 국제법을 오랫동안 연구해오신 저명하신 선생님들이셨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나이도 그리 많지 않고, 연구경력도 짧아, '제 입에서 무슨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하고 오신 분들도 없잖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상으로 바쁘신 여러분들이 언제 독도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이 시간 독도를 주제로 한 여러분과 저와의 만남을 통해, 오래간만에 일상을 일탈해보는 마음의 여유라도 누리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자세로 오늘 여러분과 저와의 만남을 이루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다섯 차례에 걸쳐 저명한 선생님들의 강연을 들으셨기 때문에,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말씀을 드릴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론적인 것보다는 실제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동안 강연을 들었던 여러분들이 좀더 신한일어업협정과 독도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의 주도(主島)인 울릉도 주민들에게 미치는 실제적인 모습과 이와 관련된 독도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고향이 울릉도인지라 종종 울릉도에 갑니다. 지난해 7월 중순 국제법학회주최로 독도학술탐사를 하고 오면서 울릉도를 들러 왔습니다. 그때 울릉도 북면 현포라는 동네에서 어촌계장을 지낸 분과, 당시 대한국제법학회 회장이신 이장희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국제법을 공부하고, 또 신한일어업협정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때서야 신한일어업협정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신한일어업협정이라는 것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어민들의 삶을 간섭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국제법적 시각에서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어업협정 시대에는 우리 어선들이 시설과 장비만 되면 먼바다까지 심지어 일본 근해까지 가서 조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일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배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업범위가 35해리로 제한되어 버렸습니다. 이전에 비해, 우리 어선들이 조업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수한 조업장비와 냉동장비를 갖추고 먼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던 대형선박들이 울릉도 연근해로 몰려오게 되었습니다. 자연, 연근해에서 조업을 하고 있던 소형선박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소형선박으로 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가난한 어민들입니다. 그 가난한 어민들이 신한일어업협정 체결 이전에 자기들이 조업을 하고 있던 수역에서 대형선박들과 경쟁을 하니, 경쟁이 되겠습니까? 조업실적이 차츰 줄어들게, 수지가 맞지 않고, 나아가 살길이 막막해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살길을 찾아 울릉도를 떠나게 되고, 떠날 수 없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한일어업협정체제와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어촌계장으로부터 단말마적인 놀라운 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일본 국민이 되어 살아가는게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진심은 아니겠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이 나오겠습니까! 일부 국제법 전문가들이 볼 때에는 한일간의 새로운 어업질서가 UN해양법체제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탁상에서 부인할 수 없는 울릉도 민초들의 엄연한 목소리입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난 2001년 8월 13일 지방신문(영남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일본업체 울릉도 투자 … 네이드사 4천억원 규모"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내용은 "세계적인 투자개발 회사인 일본 네이드(NAID)사가 수년 전부터 울릉도 관광개발을 위해 관계기관, 건설회사와 물밑 접촉을 해왔으며, 울릉도 관광개발 사업비로 4천여억원을 잠정 결정했으며, 그 일본 업체의 실무담당자가 최근 현지 관광, 행정현황 등을 파악해갔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와 연락을 하여 진위여부와 그 진위정도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기자와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투자계획의 신빙성은 없지만, 일본업체 담당자가 울릉도에 들어와 울릉도 관광개발문제로 울릉군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이후 진전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울릉도에 대한 일본업체의 개발투자시도가 갖는 의미는 아주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17세기말 일본과 울릉도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였고, 20세기 초 이후에는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울릉도와 독도를 두고 대립했고 또 대립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속한 기업이 울릉도에 들어와 투자를 할 생각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역설'이고 해야 할지, 수레바퀴와 같은 '역사의 순환'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놀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울릉도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인터넷에 이루어지는 관행으로 보아 이슈가 되는 소식이 올라오면, 찬성이나 반론의 답글들이 뜨겁게 올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기사가 올라와 있는 울릉도 홈페이지에는 어떠한 답글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독도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을 울릉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울릉도 주민들에게 있어서 울릉도와 독도는 관념의 세계에 자리하는 우리나라 영유권 보전의 상징 내지 보루라기 보다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입니다. 울릉도와 독도가 그들에게 있어 삶의 터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울릉도와 독도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고려 중기 이후 여진족과 왜구의 침탈에 의해 울릉도 주민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울릉도 주민수가 1만명에 이를만큼 왕성했던 우산국 시대의 부흥이 15세기초에 가서는 울릉도 공도정책을 시행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17세기말 한일간의 울릉도 영유권 논쟁으로 이어졌고, 다른 한편 일본측이 주장하는 독도 고유영토설의 빌미를 제공하였습니다. 이처럼 울릉도의 사회적 불안정은 그 부속섬인 독도의 법적 지위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울릉도의 재정자립도는 14%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하위라고 합니다. 울릉도로 인해 갖게 되는 우리나라의 해양안보와 어업자원 이익을 고려하면 너무도 천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오징어 성어기를 이루었던 1975년경 울릉도 인구는 약 3만명이나 되었고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4-5만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930년대의 수준인 1만명선에 있습니다. 삶의 기반을 둔 주민 없이 군인들과 소수의 관광사업자들만이 울릉도를 지키게 되는 날이 차츰 도래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구감소의 원인을 교육환경 및 생활환경의 열악함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에 있어서 보다 주된 원인은 울릉도 경제생활의 기반인 어업환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어업관계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일본어선들이 우리 연근해에 들어와 남획을 일삼는 것이었습니다.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울릉도 연근해 어장은 독도의 강치가 일본인들에 의해 남획되었던 것처럼 어떠한 실질적인 규제조치도 없이 우리 연안의 어족자원이 남획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어선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인접수역을 보호하고자 했던 평화선 선언 등 우리의 강경한 대응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습니다. 타국어선에 대해서는 자국어선이 통제를 할 수 없는 기국주의를 채택한 1965년 한일어업협정의 체결로 울릉도 연근해의 어족자원은 자동채낚기시설과 전자탐지기를 갖춘 일본어선들에 의해 남획되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 어민들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감으로 오징어 어군을 찾아다니고, 수동으로 오징어 잡이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형편에서 우리의 산업근대화로 원양어업이 발달하자 일본은 발 빠르게 그에 맞서 자국의 연근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고자 우리 어선들로 하여금 자율규제조치를 취하여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19세기말 이래 식민지 시대와 1965년 한일어업협정체제에 이르기까지 1세기 동안 우리 연근해의 어족자원을 무분별하게 남획한 일본은 1994년 UN해양법협약의 발효를 즈음하여 더욱 발빠르게 대응을 했습니다.
1997년 12월 IMF라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수세에 몰린 우리나라는 일본의 요구에 끌려 다니게 되었습니다. 결국 전통적 어업실적과 질서 등 한일간에 존재했던 특수한 어업적 사항과 어족자원의 빈부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주권적 권리가 미치는 35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신한일어업협정이 진정한 의미의 어업협정이라면, 오징어를 비롯하여 동해의 주요 어족자원에 대한 보전과 이용방안에 관해 협의를 하고 이러한 것들을 중심으로 협정을 체결해야 했을 것입니다.
연안으로부터 각기 35해리라고 하지만, 자동화조업기기를 갖춘 일본어선에 의해 무분별하게 남획되었던 울릉도 주변 35해리와 일본 연안 35해리는 실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3년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전통적 어업실적이 보장되었다고 하지만, 오징어잡이를 주로 하고 있는 울릉도 어민들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전통적 어업실적 보장마저도 끝난 상태에 있습니다.
Ⅳ
지난 여름 울릉도에 갔을 때 울릉도 독도간 왕복 약 7시간 걸리는 소형선박들이 독도까지 가서 고기를 잡아, 당일 울릉도 활어 시장에 내다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울릉도 주변에 그러한 고기조차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고 독도어장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울릉도 도동어촌계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해류와 파도가 세어 양식어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법적 경계도 알지 못하고 이동하는 오징어와 같은 이동성 어족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적절히 보호하고 이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신한일어업협정의 체결로 독도에 대한 우리의 배타적 지위가 훼손되었든 그렇지 않든 독도와 그 12해리 영해는 현재까지 우리의 관할권이 실질적으로 또는 외형적으로 행사되고 있습니다. 한일어업공동위원회에서 독도의 영해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신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 영유권이 훼손되었다고 하는 입장에서 볼 때도, 일본이 어느 정도 현상적인 면에서는 독도 영해 12해리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을 묵인하고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독도 영유권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하는 입장에서도, 그 주권 내지 관할권의 한계가 영해 12해리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있을 한일어업공동위원회의 협의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현상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독도의 영해 12해리가 우리의 어족자원 보호와 이용에 있어서 얼마만큼의 유익을 주고 있는지는 정말 회의적입니다.
주지하다시피 Grotius와 Seldon의 자유해론과 폐쇄해론의 논의에서 시작하여 영해 12해리의 범위 확대는 주로 경제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제도를 도입하여 그 수역에서 연안국이 주권적 권리를 갖고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이용하고자 한 것도 경제적 이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0세기 들어서서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늘어나게 된 것도 해양법의 발달과 함께 관계 수역에서 관계 당사국간, 경제적 이익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82년 4월 2일에 일어난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포클랜드 영유권 전쟁은 아르헨티나 국내사회에서의 군사정변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곤란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 전쟁이 일어난 그해(1982년) 그달 30일에 채택된 UN해양법협약이 주요한 요인이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독도의 영유권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독도가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자, 오늘날 우리의 삶의 터전이며, 나아가 우리 미래세대의 삶의 터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삶의 터전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생활에 경제적 편익과 자원 및 군사안보적 이익을 제공해 주는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삶의 터전은 0.18㎢밖에 되지 않은 독도의 땅덩어리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은 당연히 독도의 육지부분이 발양하는 공중과 바다입니다. 그 바다도 당일 활어시장에 내다 파는 회꺼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수역이 아닙니다. 또한 낚시꾼들의 여가생활을 돕는 낚시터로서 제공되는 수역도 아닙니다. 무늬만 있는 독도 주변수역이어서는 우리의 삶의 터전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식량자원이 되는 어족자원을 우리가 주권적 권리를 갖고 적절히 보전하고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독도영유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본이 작은 독도를 노리는 이유도 독도주변수역으로부터 얻게 되는 다양한 이익 때문입니다.
이미 5차례에 걸친 강연을 통해,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영유권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부터 제기된 신한일어업협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구체적이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들으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영유권의 중요한 보루가 되고 있는 울릉도 주민들에게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력은 매우 크다는 것,
둘째, 우리가 독도를 우리와 미래세대에게 안보적 이익을 제공해주고 경제적 이익을 생산해주는 실제적인 삶의 터전으로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Ⅴ
이를 위해 우리가 독도를 어떻게 관리해나가야 하겠습니까? 이에 대해, 좀 매끄럽지 못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방어적 대응방안'과 '공격적 대응방안'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방어적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어적 대응방안이란 일본의 독도정책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독도정책을 파악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1954년 9월 12일 일본 정부는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룰 것을 제안한 적이 있고 혹자는 전쟁불사 등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독도를 탈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일본이 독도영유권 문제를 100대 0, 즉 '네땅 아니면 내땅'이라고 하는 Zero-Sum Game만을 즐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독도에 대한 지위를 50대 50, 40대 60으로 만드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고베(神戶)대학에 있는 세리따(芹田健太郞)라는 교수의 독도문제 해결에 관한 제안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도주변수역이 잠정수역이 된다면, 독도의 육지부분은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그 자연보호구역 주위에는 3해리 또는 12해리의 어업금지구역을 설정한다. 그리고 자연보호구역인 독도의 육지부분은 한국이 현재 점유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관리하고, 과학연구조사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어느 국가든 자유롭게 상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각 당국은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공포해야 한다
그야말로 독도의 한국경찰은 등대지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저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나 신한일어업협정의 모습이 그러한 형태의 밑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국은 현재 독도에 대해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관리지침 등으로 독도를 천연기념물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도주변수역은 신한일어업협정에 의해 중간수역(일본은 공동관리수역 내지는 잠정수역이라고 함)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중간수역의 범위가 여러 차례 교섭을 통해 점점 좁아진다면, 일본 학자가 제시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식의 해결방안은 과거 한일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네땅 아니면 내땅'이라고 하는 일도양단식의 독도문제해결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부 일본학자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것은 독도의 해양법적 지위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조치입니다. 우리는 이를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독도와 그 주변수역에 대해 역사와 시대에 대한 책임감과 배타적 영토주권 행사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한 바탕위에 독도에 대한 해양법적 지위를 완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신한일어업협정에서 중간수역으로 되어 있는 독도주변수역을 잘 관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독도주변수역의 해양경계획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 두 번째로, 공격적인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는 갖가지 독도접촉규제법을 만들어 독도를 집안의 금송아지나 애물단지 마냥 묻어둘 것이 아니라, 독도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개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간수역 내지는 잠정수역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독도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리가 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권적인 국제사회의 특성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국내사회와 달리, 구성원인 개별국가에게 권리와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중앙집권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우리가 현재 실제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적인 상태를 존중하고, 그 상태를 무력에 의해 일방적이고도 강제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우리가 독도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독도문제가 한일간의 현안문제로 남아 있게 된다면, 서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독도문제해결에 대한 분명한 의지와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독도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태도의 변화는 독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다각도에서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독도는 비단 자연자원획득 뿐만 아니라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족통합 내지는 국민통합 또한 한국 국민들의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독도접촉규제정책이 아니라 독도이익창출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여러 기회에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이른바 '울릉도와 독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합니다. 이는 독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국회에서 지난 회기에 제출되어 현재까지 잠자고 있는 독도개발특별법과는 다릅니다.
'울릉도와 독도의 지속가능한 개발 특별법'의 골자는 울릉도와 독도를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의 통일세대도 독도에서 생산되는 가치와 이익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울릉도와 분리된 독도개발은 회복할 수 없는 파괴를 불러올 우려가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독도개발을 주도인 울릉도와 연계하여 장기적인 종합개발계획 속에서 이루어 나간다면, 미래세대에 이르기까지 독도의 가치와 역할을 상실시키지 않고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는 독도로 보존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독도와 울릉도를 연계한 개발은, 현재 불안한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토적 안정(territorial stability)을 되찾을 수 있고, 반폐쇄해인 동해에서의 우리나라의 입지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혹 독도문제가 국제재판소에서 다루어질 경우라도, 국제재판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실효적 지배의 증거력을 보강시켜 주는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Ⅵ
마지막으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고 하는 Rudolf von Jhering이란 법학자의 말로, 결론을 맺을까 합니다. 법학공부를 시작하면서, 법학 공부하는 이유로 이 법언을 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법언을 독도문제와 연결시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독도라는 영토에 대한 권리 곧 영유권을 가지고 실제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도를 중간수역에 놓은 신한일어업협정에 대한 종료통고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은 이러한 권리위에 결코 잠자고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설사 정부나, 국민 중 어느 한쪽이 이러한 권리위에서 잠자고 있거나, 잠자코 있고 자 한다면, 서로 깨울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현상유지정책을 즐겨하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갖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일깨우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민운동이 살아나야 하고, 그 시민운동을 조직화하고 행동화할 수 있는 단체가 형성되어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운동단체들이 효과적이고도 전문적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실무관계자들의 기초적인 생활이라도 보장해 주는 것도 참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제 이야기를 그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