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어협 실무협상타결과 독도문제―
김영구(金榮球: 한국 해양대학교 법학부)
12월 23일 각 신문에는 한일어업협정의 어업실무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지난 1월 22일에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인데, 또 무슨 일이 남아서 무슨 협상을 또 "타결"하였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국산 고기는 다 없어지고 외국 수입고기만이 판을 치고, 어민들은 말도 못할 고생을 하고 있다는데 혹시 우리에게 더욱 불리한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짜증으로 신문을 다시 드려다 보는 것이 대부분 시민들의 심경이었다. 그러나 이 번에는 정부가 이루어 낸 협상 결과를 보아서는 걱정과 짜증 대신 칭찬과 격려를 주어도 될 것 같다.
이번 실무협의는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고 나서, 이 협정내용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 지난 8월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며 이번 12월 22일 동경에서 타결된 내용은 이 협정에서 규정한 어업공동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된 이후 최초로 타결된 것이고, 이는 2000년 양국간 협정수역에서 적용될 입어조건과 자원 관리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이다. 매년 1회씩 열리기로 된 어업공동위원회가 12월 27일, 28일 서울에서 열렸으며 여기서 이 타결된 내용이 확인되므로써 이 어협 시행의 2차 년도가 되는 2000년을 위한 협정운영의 골격이 되는 것이다.
3년의 시행기간에 걸쳐서 한일 양국의 상대방 EEZ에의 입어 할당량을 동량으로 조절키로 합의되어 있는 만큼 한국의 입어량을 이번에 3만 톤 정도 줄여야 하겠으나 2만 톤만을 줄이는 것으로 합의되었으니 우리측 협상 실적으로는 양호한 편이다. 더구나 구체적으로 보면 옥돔이나 복어 등 값비싼 고기의 입어 할당량이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입어조건의 개선도 상당히 이루어졌다. 어선간 할당량 재배분의 기회를 년1회에서 2회로 늘려 할당량 소진의 가능성을 높여놓은 것이라든지, 어선 별 허가장 발급을 요건으로 하던 것을 입어 어선명단 통보로 대치할 수 있게 한 것 등은 우리 어선의 입장을 개선한 획기적 협상 실적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간수역에서의 자원 관리 방안이다.
일본측은 이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채택하여 어업공동위원회의 권고사항으로 합의할 것을 당초부터 강하게 요구하고 이러한 가시적 조치의 협의,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일본측 EEZ에의 한국 어선 입어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의사까지 통보해 왔다.
그러나 중간수역에서의 자원 보존 관리 규제 조치를 채택하여 이들이 어업공동위원회의 이름으로 양 체약국에 통보되면 그것이 "권고" 형식으로 통보되든, "결정" 형식으로 통보되든 결국 일단 양국에 의해서 합의된 규제 조치는, 위반어선을 통고할 권리와 확인 시정조치 보고의무 등 조약상 기속적 공동관리 체제에 의해서 강제(强制)되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독도 영토 주권의 배타성이 훼손되는 것은 명백하다.
실무협상단 측은 이 점을 유의하여, 지난 9월 이후 일본과의 실무 협상에서 일본측 EEZ수역에서의 조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중간수역에서의 공동관리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어떤 권고사항의 합의도 거부하였다. 한국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이 이번에 일본에 의하여 일단 수용(收容)되어, "중간수역 내에서 양국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자원 보존 관리 조치는 각국 별로 시행하되 상호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양국 민간단체의 협의를 통한다." 는 선에서 절충된 것이다.
중간수역에서의 공동관리를 위한 어떠한 규제조치의 합의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한국 측의 새로운 입장은 현재 한국 측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실무협상단의 어려운 결단과 선택은, 한일어업협정을 해석하는 종래의 한국정부의 기본입장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본래 한국 정부는 동해(東海) 중간수역에서 어업공동위원회의 자원 보존과 관리를 위한 규제조치에 관한 합의 사항은 당사국에 "권고"되고 이를 "존중"하게 되어 있어서 비기속적인 것이고, 따라서 이 중간수역은 "공해적 성격"의 수역으로 유지되므로 "자원의 공동관리가 배제(排除)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 번 지적해 온 것처럼, 이러한 한국 정부와 일부 국내 국제법학자들이 주장하는 "어업협정과 독도 영유권 문제는 분리(分離)되어 있다."는 주장은 현 한일어업협정의 법리적 해석상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잘못된 이론인 것이다.
다행히도 해양수산부 실무협상단이 이런 착오에 빠진 이론에 안주하다가는 국가 영토를 상실하게 되는 필연적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유의하고 어려운 결단과 선택을 해낸 것이다. 어업협상에서 직접 일본과 규제 조치의 내용을 협의하고 채택해야하는 실무적 안목(眼目)이 종래 다수설(多數說)의 잘못된 법적 가설(假說)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일어업협정의 실질적 내용을 간취(看取)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이러한 한국 측의 새로운 강경방침(强硬方針) 만으로 궁극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측이 중간수역에서 자원 관리를 위한 공동적 규제 조치의 합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1999년 한일어업협정에 명시되어 있는 조약상의 협의 의무(Pactum de negotiando, de consultando)와 합의 의무(Pactum de contrahendo)를 위반하는 것이 되므로, 언제까지나 이러한 공동적 규제 조치의 합의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 방침이 계속해서 수용되거나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한국의 강경방침이 무너지는 순간, 독도에 대한 한국의 배타적 영토 주권은 훼손(毁損), 상실(喪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 한일어업협정의 법적 구조(構造) 위에서 독도를 지킨다는 것은 아무리 우수한 협상단에게 있어서도 성취불가능의 임무(The Mission Impossible)이다. 이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한일어업협정의 씨나리오인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한일어업협정이 내포하고 있는 이 위험한 법적인 함정(陷穽)을 정부와 국민이 바로 아는 일이다. 우선 사정을 알아야 대비(對備)를 할 것이 아닌가? 간곡히 바라는 바는, 적어도 내용을 알만한 사람들이 앞장서서 더 이상 중요한 법적 국면을 호도(糊塗)하여 국민을 혼돈에 빠지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책 일선에 선 담당 공무원들은 이 성취불가능의 임무(The Mission Impossible)를 맡아서, 어렵게 국익과 국토를 잘 지켜온 셈이므로 더 이상 이들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2003/3/13/독도본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