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일본 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 행위에 대해 한결 같이 일본이 ‘분쟁수역화’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한다. 자칫하면 분쟁수역화를 노린 일본의 작전에 말려들기 때문에 무시정책과 조용한 외교를 고수해야한다는 논리를 세워왔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반세기 동안 외교통상부, 학계를 압도적으로 지배하여 왔다.
지난 2006년 4월 일본의 한국 EEZ에 대한 무단 탐사계획 통보는 신한일어업협정(1999)의 독도영유권 관련 애매한 규정의 허점을 노리고 일본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처럼 과거 한국정부의 무대응 및 조용한 외교를 유도하는데는 일본의 치밀한 작전이 국내외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2000년 이후 바로 ‘유끼노 문서’도 이러한 작전의 일환으로 한국의 독도정책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무력화시키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끼노 문서란 ‘유끼노’라는 아이디를 쓰는 일본에 깊은 연고를 가진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조직적으로 창작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다. 이 글을 인터넷의 지식검색 코너나 토론 게시판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유끼노의 글은 순진한 한국인의 애국심을 이용하여 독도위기를 못 본 척 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일본 침략을 경계하는 사람을 나쁘고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또 일본의 우경화 군사대국화를 어린이 장난처럼 가벼운 눈으로 쳐다보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일본은 독도를 가질 욕심도 없고 단지 일본을 강하게 만들 핑계거리로 이용하고 있다고 일본을 옹호한다.
이 글의 요지는 한국이 일본하고 전쟁을 하면 무조건 지니까 독도를 우리영토로 만들자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오랫동안 실제 소유했다는 기간만 채우면 되니 조용히 있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역대정부의 ‘조용한 외교’를 지속시키기 위한 고도의 일본 전략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유끼노 문서에 거론된 주장을 따르게 되면 일본의 불법적 독도침탈망언에 대해 우리가 아무 대응도 안해야 옳다. 결국 일본의 왜곡된 주장만 국제사회에 전파되어, 국제법상 묵인의 효과가 발생하여, 일본의 독도영유권 훼손 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여 주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유끼노 문서의 핵심주장은 다음과 같다. 한일어업협정파기반대 및 재협상반대이며, 이것을 위해 한국정부는 조용한 외교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협정파기시 무협정 상태로 인한 혼란 및 심각한 어업분쟁으로 인한 어민의 피해 등을 강조하면서 협정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2006. 4. 19일(수) 제6회 독도본부 독도위기 학술토론회 [독도위기-묵인으로 이끄는 매국 논리들과 그 비판]
- 이장희(한국외국어대학교 대외부총장. 전 대한국제법학회장) 발제 중
독도본부(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