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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국립박물관에 조선 왕릉 석물 방치'

일본 교토 국립박물관에 조선 왕릉 석물 방치"  

목원대 김정동 교수…왕릉 망주석이 정자 돌기둥으로
'도굴품' 밝히는 안내문까지…학계선 진위 여부 놓고 논란
일본 땅에서 떠도는 조선시대 왕릉의 석물(石物)들-.

도굴돼 일본으로 건너갔던 이 석물들이 일본의 한 국립박물관에 아무런 보존 조치 없이 방치돼 있음이 드러났다.

목원대 건축도시공학부 김정동(金晶東) 교수는 "지난달 18일 교토 국립박물관을 들렀다가 박물관 본관 뒤편 '히가시노 데이(東の庭)'라는 정원에서 조선시대 왕릉의 석물들이 무더기로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김교수에 따르면 석물들은 문인석(文人石)과 무인석(武人石) 등 석인(石人) 13개, 석양(石羊) 2개, 석등롱(石燈籠) 2개, 석당(石幢) 4개, 석조 육각 기대(基台) 1개, 석조 방대(方台) 8기 등 모두 30개다.

석물들은 아무런 질서 없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고 어떤 것들은 나무에 가려져 있어 정상적으로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문인석은 양손으로 홀(笏:신하가 임금을 만날 때 손에 드는 물건)을 잡고 왕명을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무인석은 왕을 보호하겠다는 듯 긴칼을 빼 두 손으로 짚고 서있는 형상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통상 왕릉의 상석(床石)인 혼유석(魂遊石) 좌.우에 배치되는 석당(石幢, 望柱石:돌 기둥)을 사용해 사각형 정자를 지어놓은 점이다.

높이 7자 정도(약 2m10㎝)의 돌기둥인 석당 네 개는 정원 한구석 정자의 네 기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당 윗부분 아름다운 돌조각이 돼있는 부분에 보(堡)를 걸어 정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김교수는 "정원 입구 안내판에 버젓이 '식민지 시대 조선의 여러 왕릉에서 도굴해 온 석물들'이라고 석물들의 출처를 밝히고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안내판에 따르면 석물들은 오사카에 살던 '야마모토(山本) 아야'가(家)가 식민지 시대 조선의 여러 왕릉에서 도굴해 온 것을 오사카 자택 정원에 보관하다가 1975년 10월 교토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김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재일동포 시사 월간지인 '아리랑' 12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석물들의 출처에 대한 정보가 교토박물관의 안내판 내용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선시대 왕릉에서 도굴된 것이라는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미술학부 문명대 교수는 "망주석과 석양은 조선 중기까지 시기를 올려 볼 수 있다. 문관석은 17~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망주석과 산양의 경우 왕실의 능에서 사용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왕릉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여러 왕릉에서 가져왔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교수는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는 아니지만 왕실 능에서 사용됐던 석물들이라는 점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학예연구실장의 판단은 조금 엇갈린다. 그는 "조선시대 왕릉 중 석물들이 도둑맞아 없어진 경우는 없다. 특히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석물들의 외양으로 볼 때 왕릉에 사용된 것으로 간주하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실장은 "왕릉을 이장(移葬)하는 과정에서 기존 석물들을 땅속에 파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석물들이 나중에 도굴돼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신준봉 기자 2002.11.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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