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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떠도는 우리유물

"서구가 아시아 문화재 보호(?)"…해외 떠도는 우리유물
50년간 반환 4824점뿐… 전담기구도 없어
정부, 국제법상 어려움들어 사실상 뒷짐
 ◇직지심경
“서구가 아시아 의 문화재를 약탈했다기보다는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의 ‘망언’은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때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전망위원회 위원장으로 대외 문화정책까지 지휘했던 소르망의 이 같은 인식은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약탈·도난 등으로 해외로 유출돼

각국의 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는 우리 문화재는 국보급 유물을 포함해 7만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방치됐던 북관대첩비가 100년 만에 환수돼 화제가 됐지만, ‘반짝 관심’에 그칠 뿐 정부의 조직적인 환수 노력은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과 이집트, 그리스 등이 최근 정부 차원에서 해외 문화재 되찾기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화재 해외 유출 실태=2005년 문화재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는 20여국에 모두 7만4434점에 이른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립 전시관 소장품 등 개인 소유 문화재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도쿄박물관 등에 3만4331점을 소장해 가장 많고, 미국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 1만6964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영국 6610점, 프랑스 2121점 등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대표적인 유출 문화재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과 통일신라 승려 혜초가 지은 왕오천축국전, 일본 덴리대학 도서관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된다. 주요 반출 경로는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 한국전쟁 등 혼란기에 강압적으로 이뤄진 약탈과 도굴꾼에 의한 밀반출, 외교관들에 의한 유출 등 다양하다. 개인 소장가들이 수집·보관 중인 문화재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환수 노력=19세기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문서 반환 건은 우리 정부의 환수 노력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고속전철 사업 모델로 프랑스 테제베(TGV)를 선정하면서 외규장각 문서 반환에 구두 합의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프랑스 측은 ‘등가(等價) 문화재 교환’을 통한 반환을 고집하고, 우리가 여기에 난색을 표함으로써 협상은 원점을 맴돌고 있다.

1958∼2004년 환수된 문화재는 모두 4824점. 이 가운데 해외 기관 기증이 2856점으로 가장 많았고 정부 간 협약에 따른 환수는 1659점에 그쳤다. 국·공립 박물관 구입은 309점이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은 없다. 정책은 문화재청이 맡고, 조사·실태 파악은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한다. 필요할 경우 해당 국 정부·기관과의 교섭은 외교통상부가 맡는 등 제각각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확실한 환수 방법인 문화재 매집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05년 유물 구입비는 72억원으로, 국내 유물 구입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국정홍보 인터넷 사이트 ‘국정브리핑’을 통해 “개인 소장품은 재산권 침해와 보상 문제가, 국가나 공공 박물관 소장품은 불법성을 가리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환수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유출이 확인돼도 반환을 청구할 국제법적 근거나 반환 체계가 미흡해 환수의 실익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환수 당위성을 내세울 역사적 근거를 수집해 소장국에 제시하고 외교 교섭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차원의 해외 유출 문화재 구입 시 세제 감면 등 다각적인 지원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몽유도원도

◆다른 나라 사례=중국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주요 고문화재 출토국이 최근 불법 미술품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국제법 등에 의거해 반환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움직임과 관련, “문화재 피탈국들의 적극 회수 움직임으로 서구 유명 전시·박물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문화재 보호계획’을 발표하고 각국에 불법 유출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금까지 5만여점을 되찾았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중국의 문화재 환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매집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중국 정부는 ‘해외유출문화재 구원전문기금’으로 정부재단과 국영기업, 국립박물관 등을 통해 문화재를 사들이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의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의 경우 출품된 중국 고미술품의 25%가 중국으로 넘어갈 정도다.

이탈리아는 10여년간 추적 끝에 미국 5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 박물관 고대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문화재 불법취득 혐의로 고발했다. 세계적인 박물관 큐레이터가 작품 구매 행위로 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된 것이 사상 처음인 데다 이번 재판 결과가 프랑스 루브르와 대영박물관 관장·큐레이터에게도 미칠 것으로 보여 각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집트도 유출 문화재 되찾기 총력전에 들어갔다. 이집트 문화재최고위원회(SCA) 자히 하와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불법·부당하게 해외로 유출된 중요 문물을 되찾기 위해 국가적 캠페인을 조직할 것”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에도 공동 보조를 제안했다. 이집트는 이미 영국박물관의 로제타석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덴데라사원 12궁도 등의 반환을 요구한 상태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왕오천축국전


2006.1.1.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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