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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힘의 과시가 끝없는 불안 촉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힘이 국제관계의 새로운 규범이 됐다’는 위력 시위다. 하지만 그 결과 각국의 대량살상무기 추구 노력과 반미 테러, 종교적·민족적 극단주의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인류 평화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미국의 ‘실천 이성’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3일 진보 인터넷언론 제트넷(www.zmag.org)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으로 국제정치적 불안정성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량살상무기 폐기나 정권 교체 등 미 행정부가 내건 명분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성과를 미국은 끊임없이 폄하했고, 개전 직전에는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를 떠나더라도 침공하겠다고 천명했으며 그 뒤에는 ‘세계 민주주의’를 제시하는 등 침공 명분이 수시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이라크는 이라크인에 의해 통치돼서는 안된다’는 미 행정부의 일관된 대(對)이라크 정책에서 침공의 이유를 찾았다. “1991년 시아파의 반후세인 봉기가 미국의 승인과 지원 아래 진압된 것은, 미국은 자신의 영향력이 충분히 행사될 수 없는 이라크인의 자치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90년대에 살인적 경제 제재를 통해 이라크 내부 봉기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하필 이라크인가. 촘스키는 지난해 중간선거 때 내정(內政)에서 점수를 잃은 공화당이 국가안보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켜 승리를 거둔 사실과,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미국의 새 국가안보 전략이 ‘장난이 아님’을 보여줄 본보기가 필요했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너무 소국이어도 안되고, 병력이 너무 강해도 안된다. 이라크는 90년대 이후 국방 예산이 쿠웨이트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생존의 극단까지 몰렸다. 때문에 미국의 ‘선제 공격’ 독트린의 위력을 과시할 최적의 ‘실험실 접시’로 이라크가 선택됐다는 설명이다.

촘스키는 “독재자 후세인의 몰락은 이라크 국민뿐 아니라 반전 진영 모두가 환영하는 일”이라면서 “문제는 이라크인에 의한 축출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향후 정치 체제가 형식적 민주주의 틀은 갖추겠지만 이란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아파의 집권이나 터키를 자극하는 쿠르드족의 독립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다음 타깃으로 시리아나 이란과 같은 아랍권뿐 아니라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하고 정치적으로 혼란한 중남미 국가들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반전 진영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국의 위험천만한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영두기자〉 2003.4.15.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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