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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자무역협정은 사기행각

자국에만 유리한 시장 조성, 다자간 세계 무역체제 위협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무시한 채 개별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매진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세계 무역체제가 위협받고 무역자유화 과정은 사기행각이 되고 있다고 미국 대학의 교수 두 명이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자그디슈 바그와티 컬럼비아대학 교수와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공동으로 기고한 ‘양자 무역협정은 사기행각’이라는 글에서 “유럽연합이 처음 시작했으나 지금은 미국이 더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개별국가간 자유무역협정을 경제학자들은 회의적으로 보거나 반대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앞장서고 있는 이 협정은 세계의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출신인 두 교수는 개별국가간 쌍무 자유무역협정이 3가지 점에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말까지 250개의 개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고 조만간 300개에 이를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많은 개별 조항들이 난마처럼 얽히면서 세계무역기구의 존립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또 유럽연합과 달리 미국은 무역과 무관한 의제까지 쌍무 자유무역협정에 포함시킴으로써 자국에만 유리한 시장을 조성하려고 하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미국의 전술은 개도국들이 세계무역기구에서 공동대응할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상대국에 대해 개도국의 공통된 주장을 어기게 만들고 있다”며 “개별협정에서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을 어떻게 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는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이 때문에 “무역자유화 과정은 사기행각이 돼가고 있으며, 이 행각의 궁극 목표는 미국의 이익이라는 이미지 안에 세계무역기구를 가두고, 바꾸며,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지난주 숨진 유명한 국제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20세기를 돌아보면서 다자무역체제에서 모두에게 이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타적 헤게모니’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와 정반대의 것을 추구하는 ‘이기적 헤게모니’를 경험하고 있다”고 끝맺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2003.7.15.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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