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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찰'의 더러운 술책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ㆍNSA)은 군인 및 민간인 3만8,000여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첩보 기관이다. 통신 감청망 에셜론을 이용, 세계를 투시하고 있는 미국의 자랑이 바로 NSA이다.

1952년 만들어졌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아무 것도 묻지 마라(Not Say Anything)’로 통해 온 NSA에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라크 2차 결의안을 처리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는 유엔의 무대에도 도ㆍ감청의 촉수를 드리우고 있는 사실을 영국 일간 옵서버가 폭로했기 때문이다.

NSA 핵심 간부의 메모를 토대로 한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자택과 사무실 전화를 엿듣고, e메일을 훔쳐보기를 예사로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보도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정부가 특정한 정보 사항을 설명하기를 미국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예스’라고도 ‘노’라도 하지 않겠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이 기사를 작성했던 옵서버의 기자는 “NSA나 다른 기관 내부의 누군가가 몹시 실망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메모가 유출될 리 있겠는가”라며 미 정부의 ‘노코멘트’를 비웃고 있다.

미국은 ‘더러운 술책’의 오명을 씌울 만한 이번 행위마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변이 깊을수록 국제사회는 미국의 비도덕성을 목격할 뿐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 전쟁의 대의는 이라크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명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을 향해 지금 세계의 시민들은 과연 그 숭고한 가치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를 반문하고 있다.


김승일=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2003.3.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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