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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오락’ 즐기는 미국 방송들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라는 용어가 있다. 스너프 필름은 살인이 실제로 연기되는 영화의 이름이다. 1970년대부터 서방 일각의 부유층이 스너프 필름을 주문하여 즐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물론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필름에 담는 것이 범죄이므로 스너프 필름의 존재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스너프 필름과 구별하기 힘든 잔혹한 영화를 즐기는 제1세계 시민의 수가 적지 않음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돈을 안 들여도 스너프 필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시엔엔〉(CNN)이나 〈에이비시〉(ABC), 〈폭스뉴스〉 등을 비롯한 미국 주요 방송사의 종군기자들이 보여주는 이라크 침략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실연되는 살인 건수로 봐서는 그 어느 스너프 필름보다도 도수 높은 영화다. 그리고 방송사들은 살인 장면에 그 어떤 스너프 필름의 제작자보다 더 강력한 쾌락적·오락적 메시지를 부여한다.

미국보다 몇십배 더 긴 역사를 가진 바그다드라는 고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미제 고공 해적떼의 행각을, 그들은 ‘스릴 있는 전쟁영화’처럼 보여준다. 드라마틱한 폭파 장면, 굉음과 사이렌의 울림을 배경으로, 아나운서가 밝은 목소리로 ‘무적의 우리 공군’이 ‘독재의 핵심기관’을 완벽하게 파괴했다는 ‘희소식’을 알린다. 시청자로 하여금 ‘악’에 대한 ‘선’의 승리의 쾌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략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웬만한 전쟁영화를 방불케 한다. 차이점이라면, 폭파되는 건물 안에서 시청자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화염과 연기와 파편의 나락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팔이나 다리가 잘려 피범벅이 된 처참한 생존자들의 모습을 외면한다. 아무래도 팔다리가 잘려 신음하는 어린 소녀나 할머니의 모습이 그들에게도 불편한가 보다.

피비린내 짙은 병원에서 약자들의 고통과 죽음은 외면당하지만, 살인이 ‘합법화’된 전장에서 보내지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스너프 필름 이상이다. 군복을 입은 기자들은 ‘자유의 전사’들이 탱크와 자동총으로 ‘독재자의 하수인’들을 순식간에 주검으로 만드는 장면을 신나게 찍어댄다. 파괴된 포대나 장갑차의 폐허 속에 뻗어 있는 ‘적군’의 주검은 그들의 단골메뉴다. 이 장면들과 동시에 ‘우리의 힘’ ‘우리 첨단무기의 위력’을 찬양하는 자신만만한 코멘트가 들린다.

총탄에 쓰러진 이라크 젊은이들의 모습을 마치 영화의 절정으로 하는 듯한 뉴스를 즐기는 미국인들이 적들의 주검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어떤 종류의 쾌감을 느낄까 ‘악을 징벌했다’는 ‘도덕적인 쾌감’을 넘어서 스너프 필름적인 죽임과 파괴와 연결시킨 이들의 집단무의식은 어느 정도의 악마적인 성격을 가진 것인가 스너프 필름과 다를 것이 없는 이미지들이 주류화돼 대중의 일상적인 눈요깃거리가 된 나라가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면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 것인가

신라의 원효를 비롯한 여러 불교 사상가의 저술에서는 ‘일천제’(一闡提)라는 개념이 보인다. 일천제는 극심한 악행으로 마음의 착한 뿌리가 끊어져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중생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들이 궁극에 가서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영원히 고통에 시달릴 것인지는 대승불교의 큰 논란거리였다. 지금 ‘주식회사 미국’이라는, 대량살인 전문 대형업체를 운영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흡혈귀들도, 그 악마들이 보내주는 ‘쾌락적 살인’의 메시지를 즐겁게 소비하는 순치된 우중(愚衆)들도 일천제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그들도 언젠가 참회하여 인간의 본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 한국학

2003.4.11.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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