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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독일의 실패

독일은 전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50년대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노동 집약적인 산업 구도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노동력 조달이 필수적이었다.

1955년 12월 독일과 이탈리아의 정부 대표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 모집에 관한 합의가 성사되면서 이탈리아 근로자들이 최초로 1956년 독일에 들어갔다. 독일 정부는 초기에는 지중해 연안 국가 및 유고 등 동유럽 국가에서도 노동력을 수입했다. 독일 정부는 70년대 초 독일내 실업률이 증가하자 마침내 1973년 11월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한때 260만명에 달하던 외국인 노동자와 가족의 유입으로 현재 독일에는 약 74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살고 있으며 이는 독일 거주 주민의 약 9%에 달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따른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것은 이들이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일정한 조건을 수용하고 입국했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속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득이 늘어나자 가족을 초청하기 시작하면서 장기 체류가 일상화됐다. 이 가운데 터키인들이 가장 활발하게 가족을 불러들였다. 독일의 사용자 입장에서도 숙련된 외국인들에게 연장 근무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하여 장기 체류에 대한 이해 관계가 일치하면서 최초에 제시한 2년 순환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게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서 그들은 권리 투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광산, 철강 등의 직종에서는 노동조합장 선출에 외국인의 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종교적으로도 터키인 등 이슬람 신도들은 기독교 문화에 친숙해지는 데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단순 노동자로서, 이들은 고질적인 저소득, 고실업(독일 평균의 2.5배)을 겪고 있어 자녀들의 교육에도 충실치 못해 빈곤이 세습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민 가족의 청소년 탈선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비화했다.

독일이 경제적인 목적을 갖고 근시안적인 외국인 고용 허가제를 도입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복지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질임금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독일의 단순 노동자들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합하는 직종에서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바우어, 지머만 등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 투입이 자본수익률을 증가시켜 자본가, 경영자, 전문노동자 계층은 경제적 효과를 향유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 계층은 불이익을 받아 사회 분배 정의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독일의 고용허가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면 첫째,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면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와 가족의 유입에 따는 문제점이 확산될 것이다. 둘째, 현재 한국 경제의 발전 추세로 본다면 몇년 안에 저성장 경제로 진입, 실업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통일 이후 내국인 실업이 증가하는 경우 이를 외국인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나아가서는 주변 국가와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노동 수요의 변화에 따라 인력이 부족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경우 본국으로 귀환시킬 수 있는 신축적인 관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연수생 및 노동자를 수용하더라도 한국과 소득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문화적인 차이가 크지 않으며, 발전 가능성이 있는 국가 등을 기준으로 외국인 노동력의 입국을 허가해야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독일에서 이미 실패한 고용허가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를 보완, 연수 제도와 근로 제도를 혼합하며 대상 국가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는 새로운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 정중재 충북대 국제경영학 교수 2003.4.16.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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