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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 정전사태와 전력민영화

대략 1년 전 민영화 모델로 일컫어지던 영국 전력사업의 민영화 폐해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발전, 송전, 배전, 소매 부분들을 분할하여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전력산업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주권을 실현할 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였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주 등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되었고, 이는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확산되었다.

이번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정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낙후한 시설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것은 민영화 이후 전력 가격이 인하되면서 기업들이 시설 재투자에 필요한 이익을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  또 정전사태가 더 악화된 것은 영국 지하철이 비상시를 대비하여 보유하던 독자적인 발전소를 민영화 과정에서 폐쇄하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전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정전사태를 높고도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위기라는 견해와 정치지도력 부재와 탐욕스런 기업들의 농간에 놀아난 규제완화 정책이 불러온 위기라는 견해가 맞서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해 기업회계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가 미국식 시장경제의 결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1992년 연방법에 의한 전력시장의 경쟁도입, 노스이스트와 캘리포니아 주의 실험적 규제완화, 96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전송망 개방 등의 규제완화 조처들이 목표했던 이상은 소비자가 직접 전력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시장이 조성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아직까지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몇주에서도 도매 전력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캘리포니아등 다른 주들은 그렇지 않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력요금, 빈발하는 정전사태, 유틸리티 업체들의 파산, 엔론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시장 조작 등으로 일부 주들은 전력 규제완화 계획을 늦추거나 축소하였으며, 아예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취약한 송전망에 대한 투자 부진, 무기력한 지역협력기구 등은 민영화 된 전력시장을 거의 자유방임 상태로 몰고갔다.  여기에 신규 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역의 반대 목소리도 큰 상황에서,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어떤 기구나 조직도 없는 상황이다.  규제가 풀린 상황에서 전력회사들은 더이상 공익적 의무를 신경쓰지 않았다.

시장질서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주주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시장 옹호론자들은 적어도 과도한 규제와 자유경쟁이라는 대립에서는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고삐 풀린 시장이 초래하는 폐해들은 이들을 점점 더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새롭게 고안되어야 할 감독기구 등은 분명 과거의 규제와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맹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규칙이 잘 통용되는 시장이 형성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송원근(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2003.9.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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