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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학생들 '모국도 차별하네'

재일동포 학생들 "모국도 차별하네"
 


"한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지요. 일본에서는 '법적 외국인'이고, 한국에서는 한국어가 서툴고 주민등록증이 없어 '사회적 외국인'입니다. "

한국외국어대 3학년으로 모국 수학중인 이미선(22)씨는 재일동포 모국 수학생들의 처지를 이렇게 전했다.

재일동포의 모국 수학이 시작된 지 올해로 42년이 지났다. 재외동포의 모국수학 중 재일동포가 가장 먼저다. 또 현재도 모국 수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언어나 국적.정체성 문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나는 한국국적을 가진 외국인 전문


◆ 언어문제가 가장 불편=이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언어다. 고려대에서 수학 중인 재일동포 이영철(23)씨는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서 '한국 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잘 못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이미선씨는 "한국어를 못해 외국인 취급받는 것이 싫어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국제교육진흥원 문양수 교육연구사는 "진흥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외동포 학생들 중 재일동포의 한국어 능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일본 내 민족학교가 적고▶경제 사정이 나빠 가정에서 모국어를 학습할 기회를 잃었고▶일본 사회가 차별을 한다는 것 등을 꼽았다.

민단 관계자는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동포 1세대가 가정에서 모국어를 교육시키기는 어려웠다"며 "여기에 민족학교가 적고 한국어와 한국이름을 쓰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모국어 학습의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주민등록증 대신 거소증=재일동포 모국 수학생은 한국 국적이지만 주민등록증이 없다.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할 때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각 지방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증(거소증)을 받는다.

이에 따른 불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미선씨는 "인터넷 사이트가 거소증의 번호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원 가입을 하려면 국내 외국인처럼 별도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며 "인터넷의 한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못해 봤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전입신고 등 각종 업무를 처리하자면 동사무소 대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야 한다. 한국외대 3학년인 재일동포 김애리(23)씨는 "이사를 간 뒤 관련 신고를 하기 위해 반나절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3세인 김웅기 교수(홍익대 국제경영학부 일본전공)는 "재일동포 모국 수학생들은 주민등록증이 없어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상태"라며 "이들의 모호한 법적 지위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민단이 주민등록제도의 개정을 적극 요구해야 하며, 정부도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역문제도 골칫거리다. 2004년 2월 병무청은 병역시행령을 개정했다. '1년 이상 국내 체류할 때' 부과했던 병역의무를 '1년 중 6개월 이상 체류할 때'로 바뀌었다.

이에 대한 재일동포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학생일 때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지만 취업을 한 뒤에는 더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고려대 4학년인 모국 수학생 김황(25)씨는 "군대 문제가 없다면 영구 귀국할 의사가 있지만 회사에 취직한 후 병역 문제가 불거질 경우 어쩔 수 없이 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역했다는 같은 학교 이수남(27)씨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재일동포에게 병역을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며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시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체성 혼란도 가져와=서투른 한국어는 정체성 혼란도 가져온다. 일본에 있을 때 확고했던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오히려 본국에 와 소멸된다는 것이다. 이수남씨는 "동포 친구끼리 술을 마실 때 일본어를 쓰는데, 이때 '일본인'이라며 시비를 거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보는 국내 대학생들의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소재 5개 대학의 남녀 대학생 4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일동포를 일본인 혹은 국적 불명의 존재로 인식하는 비율이 58%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연세대 3학년 이성원(26)씨는 "솔직히 학교 복도에서 일본어로 떠드는 학생들을 보면 일본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3세인 정대성 장안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재일동포에 대한 무시는 자칫 모국 수학생들이 완전히 한국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조선적(籍) 재일동포는 더 열악=120만명의 재일동포 중에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사실상 무국적에 해당하는 조선적으로 분류된 사람도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조선적이란 한일병합 이전의 대한제국을 의미한다. 이들 중에는 조총련에 속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정부가 조총련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조선적 재일동포 모두의 입국을 규제하는 바람에 조총련과 관련이 없는 사람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조선적 재일동포는 동포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실상 무국적이기 때문에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조선적 재일동포는 비자 발급이 안 되고 임시 여행증명서로 입국해야 한다. 이 증명서는 기간이 6개월이고 연장도 안돼 일본으로 돌아가 재발급받은 뒤 재입국해야 한다. 국내 대학에 입학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출국과 입국을 반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진흥원에서 수학 중인 김성애(19)씨는 "조선학교 고급부(국내 고등학교 과정) 2학년 때 한국 대학으로 진학할 결심을 하고 조선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조선적 재일동포의 경우 진흥원을 비롯한 어학당에서 단기 수학 정도만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재외동포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인 지구촌동포청년연대 배덕호 대표는 "재외동포법을 헝가리나 그리스처럼 '혈통주의'로 개정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조총련을 반국가단체로 보기 때문에 이와 무관한 조선적자들도 입국을 제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개선돼야 할 모국 수학=모국 수학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일동포 학생들은 모국 수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애리씨는 "이전에는 한 번도 한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한국에 와서야 한국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모국 수학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웅기 교수는 "현재 실시하는 모국 수학과정은 대외홍보용인 경우가 많다"면서 "각 지방이나 사회의 여러 측면을 볼 수 있는 모국수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성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를 다문화사회로 이끄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일동포의 모국 수학은 현재 일본에서 불고 있는 배용준 붐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일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rphe@naver.com>
<kime1979@naver.com>2004. 중앙일보 2004.9.30  제3회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전의 수상작. 고려대 일문과 박재명, 한국외대 일본어과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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