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소세 면제도 미국 뜻대로
다코타라는 이름의 자동차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만든 5인승 픽업트럭이다. 미국은 이 차의 대한국 수출을 위해 특별소비세를 면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미국은 이 차가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이라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는 레저용이니까 특소세를 물어야 한다고 버텼다. 그러다가 드디어 재경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 특소세를 면제해 주기로 결정하고 세법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 일을 두고 한국의 조세정책까지 미국의 압력에 좌지우지돼서야 되겠느냐하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일이 더 꼬이게 된 것은 쌍용자동차가 만든 비슷한 차종인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간주, 특소세를 물린 데서 비롯됐다. 자동차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이 차를 화물차로 분류했었다. 당국간 의견 조율이 잘 됐다면 수입차 면세를 둘러싼 혼란은 덜 요란했을 것이다. 이미 300만∼400만원의 특소세를 물고 무쏘스포츠를 구입한 사람에게 세금 환불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 진출의 길을 트려는 미국 자동차사의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은 158만대, 금액으론 133억달러를 기록했는데 북미시장이 절반 가까이 됐다. 반면 전체 수입차는 올들어 열달동안 1만3354대로 늘어나긴 했으나 미국차의 점유율은 무시할 정도다. 이 난국을 통상 압력으로 풀려는 미국의 의도가 노골화될수록 한국 정부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미 한국차에도 특소세를 물렸으니만큼 원칙의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계속 말해 줬어야 한다. 왜 그런 말을 못했나.
2002.11.22.문화일보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