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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용화론의 망상

영어 공용화론의 망상

한때 수그러졌던 영어 공용화론이 최근 다시 머리를 들었다. 글쓴이가 보기에는 영어를 국가 차원에서 '제2 국어'로 만들자는 말 그 자체가 논박할 가치가 없는 망상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다면 대학생의 상당수가 이 '영어 국어화론'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말할 가치도 없는 문제이지만 몇 가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현대의 자유 민주 사회에서는 언어는 이념·종교·대중 문화 등의 정신적 사회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시장성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곧 언어는 그 원산지(또는 사용 지역)인 특정 국가의 사회·경제적인 위치에 따라서 그 시장적 가치가 저절로 매겨진다. 한반도에 대한 영어권의 제반 영향이 많아짐에 따라 국내에서 영어 공부 열풍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런 경향은 순수한 시장 논리에 속함으로써 국가는 영어나 중국어를 공용화할 하등의 필요성도 없다.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은 국가 개입 없이도 수요가 있는 만큼 외국어의 습득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 준다.
영어 공용화론자들은 "영어 구사력이 바로 국력"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거꾸로 국민의 애국심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언어란 영어 구사 수준과 관계 없이 오히려 한 나라의 국력 향상과 정비례하여 그 나라의 언어가 세계적으로 유포되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 공용화론자들은 보통 한국의 '선진화'와 '영어화'를 동일시하려고 한다. 서구의 비영어권 국가 국민들이 영어 구사력 분야에서 표준적으로 한국인들을 어느 정도 능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 영어 공용화론자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다. 유럽인들의 영어 실력은 높은 경제적 수준에 따른 심화된 외국어 교육의 산물이지, 경제적 발전의 원인이나 원동력은 전혀 아니었다. 서유럽의 복지 국가에서처럼 여기에서도 교사가 국비로 정기적으로 현지 언어 연수를 다녀올 수 있거나, 한 반의 학생 수도 15∼20명에 불과하면, 영어의 공용화 없이도 졸업자의 외국어 실력은 당연히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영어의 실제적 확산을 고려해 오히려 프랑스처럼 자국 언어·문화 보호책을 적극적으로 쓸 뿐이다. '영어 공용화'는 전혀 꿈꾸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국민 각자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외국어 습득 문제까지 국가가 '영어 공용화 정책'으로 결정한다면, 이는 '선진화'가 아니라 중세적인 부역 제도의 일종일 것으로 보인다.

이 영어 공화국의 망상은 실천에 옮겨질 것 같지 않지만, 일단 옮겨진다면 몇 가지 심각한 결과를 분명히 낳을 것이다.

첫째, 통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영어를 배울 형편이 안 되는 북한 주민들과 '국제화된' 남한인들 사이의 이질성은 더 심화될 것이다. 실제적인 남.북 간의 소외도 그렇지만, 사회 심리상으로도, 북한 주민이 보기에는 주체 사상의 '미제 식민지 남한론'이 증명될 것이다. 결국 역설적으로도 영어 공용화론을 주장하는 남한의 친미파는 북한 주체 사상의 들러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국내인들마저 한글을 등지면 해외 한인들의 현지 동화 과정이 더 촉진될 것이고, 세계 한인 공동체의 이상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해외 한인 동질성 유지는 한글 교육 장려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영어 공용화론자들은 이를 무시한다.

셋째, 한국 공교육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영어의 '국어화'로 고비용의 영어 학원 사교육과 현지 영어 연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사실상 의무화될 것이다. 한국 학원가와 미국 대학가는 대호황이겠지만, 이 고비용을 부담치 못할 빈곤층은 삼류 시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북한 사람과 빈민을 소외시키고 모국과 해외 동포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영어 공용화'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 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영어권 유학파가 이러한 방법으로 그 특권적인 위치를 확인·영구화하려는 것인가? 어쨌든 이런 차원의 논쟁은 한국 지배층의 의식 상태를 잘 보여 준다고 하겠다.

1999. 11. 30. 한겨레신문. 박노자(경희대 교수, 러시아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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