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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암 강세황을 아십니까

표황 강세황을 아십니까?


“서예관이 어딨어요?”

“콘서트 홀 뒤편에 있잖아요.”

“거기에 그런 게 있었어요?”

얼마전 가졌던 한 점심모임에서 오갔던 씁쓰레한 대화의 내용이다. 점심모임에는 언론인, 대학교수, 작가, 문화단체의 간부 등 이 시대 문화계 오피니언 리더라고 칭하는 인물들이 참석했다. 문화계 인사들인 만큼 화제는 당연히 문화 예술과 관련된 묵직하고도 화려하기까지 한 내용들이었다.

유럽의 한 도시에서 신년휴가를 보냈다는 문화단체간부는 ‘신년음악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듯 했고, 몇 몇 인사는 최근에 열렸던 ‘칼더전(展)’과 ‘루벤스 반다이크 드로잉전’,그리고 ‘로댕전’에 대해 나름대로의 감상을 비판과 함께 풀어 놓았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이들 전시를 못본 터라 그들의 ‘고품격 예술적’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화의 말미쯤에 가서 필자가 최근에 본 ‘표암 강세황전’(2월29일까지/예술의전당 서예관)을 화제로 올렸다. 그 순간 필자는 TV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아이스 맨’이 되고 말았다. 잠시의 어색한 침묵과 함께 분위기가 ‘다운’되고 만 것이다. 놀랍게도 강세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강세황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예술의전당 서예관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남의 문화만 아는 세태 씁쓸-

신년음악회 연주단체의 성격이나 지휘자의 습성, 음악회가 열렸던 음악홀의 구조, 시설 등을 훤히 꿰고 있는 문화단체 간부는 강세황이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로댕전의 감상을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유창하게 읊어대는 한 작가는 1년에 반쯤은 프랑스에 머물며 작품생활을 한다는 데 국제적 예술활동에 바빠서 그런지 서예관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당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천시는 한국 예술활동의 중심이라는 예술의전당의 배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술의전당 중심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턱 버티고 앉아 있고, 그 왼쪽 앞으로 콘서트 홀이, 오른쪽으로는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우리 전통 예술을 다루는 서예관은 콘서트 홀 뒤편에 놓여있으며, 전통음악 예술 활동의 본산인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국악당, 예악당, 국악방송은 예술의전당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에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예술계에서 이미 상식처럼 굳어버린 지 오래다. 서울의 가장 중심인 세종로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이 서양공연물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공·사립미술관들이 서양 현대미술 위주로 전시회를 구성하는 것을 보라. 우리 미술문화의 총본산인 국립중앙박물관이 몇 년째 가건물 수준의 부실한 지하 전시시설에 자리하고 있어도 문화계에서는 심각하게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얼마전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옥의 야외조형물 ‘아마벨’(프랭크 스텔라 작) 철거 논란에 문화계와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서양문화를 신봉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일본의 경우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면 일본 전통예술인 ‘가부키’는 전용극장인 ‘가부키좌’가 도쿄의 중심부인 긴자 거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연중 공연을 하는데 입장료가 자그만치 20만원선이다.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필요-

표암 강세황(1712~1791)은 조선 후기의 화가, 서예가, 평론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한국미술의 진정한 근대정신이 나타났던 시기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화가다. 특히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는 처음으로 서양화적 명암법을 수용해 입체적 조형어법을 개척한 작가로도 유명하며, 자아의식을 명쾌하게 드러낸 다수의 자화상을 남겨 놓았다.

이러한 때에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어필전’(조선조 임금의 글씨)에 이어 ‘표암 강세황전’을 열고 있는 서예관의 역할이 더욱 소중해 보인다. 그러나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여러 가지 안내 자료가 부족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글세대의 관람객들이 전시의 내용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랑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노력이 절실한 때다.

〈전준엽/화가·성곡미술관 학예실장〉 2004.2.2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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