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사법제통과-신 안보정책] <상>집단 자위권 행사 가시화
"동북아 가상敵은 북한뿐"

일본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전시대응법으로 마련한 유사법제를 통과시키자 아시아 각국이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유사법제 제정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의 안보정책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은 2차대전이후 고수해 온 '전수(專守)방위'원칙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수방위란 상대의 공격이 예상되더라도 선제공격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적의 공격을 받아야만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원칙은 일본이 헌법 9조에 자위를 위한 방위력이외의 군사력과 무력행사,교전권을 일체 포기할 것을 명기한데서 연유한다.
2차대전의 비참했던 경험을 토대로 동서냉전 시절에도 전쟁에 말려들지 않고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대의 안전보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사법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성립된 유사법제는 무력사태는 물론 무력공격사태가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총리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능동적으로 대응방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유사법제 성립은 일본을 공격하는 적대국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만약 적국의 공격을 받으면 국민들에게 협력을 강요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한다.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적대국이란 분명히 북한을 의미한다는 것이 이곳 군사전문가들의 일치한 견해다.
1977년 후쿠다(福田)정권이 '연구'란 명분으로 검토에 착수했으나 그때는 국회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법제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동서냉전이 종식되고 걸프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해외주둔미군의 감축과 재편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동맹국과의 군사협력관계 강화론이 제기됐다.
미-일 양국은 96년 군사동맹 적용범위를 아-태지역으로 확대한 신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데 이어 99년 한반도 등의 유사사태에 대비한 주변사태법을 제정했다. 이번 유사법제는 더 나아가 일본이 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독자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미-일 공동군사작전도 강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미 집권 자민당내부에서는 보수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는 절차상 더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상주(姜尙中) 도쿄대교수는 유사법제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일본의 종속구조를 한층 심화시키는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금 동북아정세를 보면 일본에 무력행사를 가할 가상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자국이 먼저 남의 나라를 공격하면 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유사사태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상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전현일특파원 hyunil@segye.com 2003.6.10.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