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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디로 가나(1) 재무장으로 치닫는 일본

일본 어디로 가나
(1) 재무장으로 치닫는 일본

일본, 끝없는 군사대국화 ‘야욕’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최근 한층 속도가 붙은 우경화·군사화 움직임의 지향점과 속셈에 대한 의문과 경계심이 일본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한 외교관은 이런 흐름을 “괴이하다”고 표현했다. 10년 전만 해도 정치가가 자위대의 ‘해외 파병’이란 말을 꺼내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분위기였는데, 2001년 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들어선 뒤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어떻게 이런 완벽한 반전이 이뤄질 수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이런 움직임은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등장 이후 제정된 테러지원 특별법(2001년 11월), 무력사태 대처법을 비롯한 전시대비법(2003년 6월), 이라크부흥지원 특별법(2003년 7월)은 모두 50년 이상 지속돼 온 일본의 안보정책 뼈대를 크게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전쟁을 포기한 나라’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미군·영국군 등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지원하는 테러지원 특별법으로 자위대는 활동범위를 처음으로 세계적 규모로 확대했다. 일본에 대한 외부의 무력공격을 상정한 동원체제인 유사 관련법은 태평양전쟁 때의 국민 총동원 체제를 연상시킨다는 여론 때문에 수십년 동안 책상 서랍에서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이라크 지원법은 자위대를 최초로 외국 전투현장에 파견하는 내용이다. 이런 흐름은 자위대의 항구적인 외국 파병법 제정, 헌법 9조 개정 쪽으로 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한 외교관은 “이런 법안들을 하나하나 정지화면으로 볼 때와 움직이는 연속화면으로 볼 때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며 “연속화면으로 보면 일본이 말하는 보통국가화, 곧 군사대국화로 나가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재군비라는 단순도식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우선,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일본의 군사화를 후원하고 격려하는 쪽이다. 또 테러나 북한 핵과 미사일로 대표되는 대량살상 무기 확산 금지라는 국제사회의 명분도 일본 재무장의 배경이다.

국력에 걸맞는 군사력과 정치력을 세계무대에서 확보하려는 우파들의 염원, 장기불황 속에서 쌓여온 국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발산시키려는 일본 지배세력의 정치적 필요성도 그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군사화.우경화를 보는 한국의 시각과 대처도 전략적이고 냉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원 릿쿄대 교수(정치학)는 "야당과 여론까지 지지하는 상태에서 안전보장과 관련한 전후의 금기가 무너지고, 헌법 개정과 핵무장까지 거론되는 일본의 상황이 우려할만하긴 하지만, 100년 전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경계는 하되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역사 문제로 견제하면서 지역협력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2003.8.11.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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