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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디로 가나(3)제도개혁의 종착역, 개헌

일본 어디로 가나
(3)제도개혁의 종착역, 개헌

일 개헌논의 북핵위기에 날개

자민당 총선공약 등장할듯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1992년)→주변사태법(1999년)→테러특별법(2001년)→유사관련 3법(전시대비법)(2003년 6월)→이라크지원특별법(2003년 7월)→자위대의 해외파견을 위한 항구법 제정(최근) 등의 종착점이 평화헌법 개정이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사는 그 시기와 한국 등 주변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 군사화에 대한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에 대해 “평화헌법, 전수방위 원칙, 비핵 3원칙의 범위 안에서 하는 일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해왔다. 또 주변국들도 이런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일본의 군사화를 견제해왔다. 실제 일본이 그동안 추진한 군사화는, 집단적자위권 행사와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수준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자위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붙은 가속도는 헌법 개정의 벽도 쉽게 넘어설 기세다. 자민당의 한 강경파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자기가 집권하는 동안에는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헌법해석을 바꾸거나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가을에 자민당 총재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하면 본격적으로 개헌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을 비롯한 우파세력은 가장 중점을 두고 바꾸고 싶어하는 헌법조항은 전쟁과 군대보유 포기를 규정한 제9조다. 자민당 헌법조사회의 헌법개정프로젝트팀이 7월24일 발표한 안전보장 분야 개정요강은 이런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요강안의 핵심은 자위와 국제공헌을 위한 군대인 ‘자위군’을 보유하고, 세계 어디에서든지 미군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일본이 2차대전의 반성으로 선택한 ‘전쟁포기 체제’를 버리고 상시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체제’를 갖추겠다는 선언이다.

자민당이 헌법 개정 중에서도 가장 의견대립이 심한 안전보장 분야의 개정안을 당돌하게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것은 북한 핵 위기로 조성 또는 ‘제조’된 국민의 안보의식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자는 속셈 때문이다. 실제로 자민당 의원들 중에서는 공공연히 “이번 기회(북핵 위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보장 문제를 생각하는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은 최근 총리에게 헌법 9조의 개정과 4년 이내에 헌법개정 절차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헌법개정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부분의 군사화를 완성하는 한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정례화, 국기·국가법(1999년) 제정, 교육기본법 개정 등 국민의 정신을 동원체제로 엮으려는 소프트웨어의 군사화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자민당 내부의 이견, 야당의 반발로 헌법개정까지 가는데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세가 헌법개정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이상, 한국 정부도 “평화헌법 준수”만을 외치다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기보다는 이를 염두에 둔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민당 헌법조사회장 하나시 노부유키 인터뷰

“헌법제약 풀고 국제적으로 기여하려는 것”
하나시 노부유키(75·사진) 자민당 헌법조사회 회장은 헌법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중의원, 참의원의 헌법조사회 활동 기한이 1년 반 정도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1년반 안에 국회와 각 정당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을 지금 개정할 이유는 무엇인가.

=1955년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등장하면서부터 ‘자주헌법’을 제시했다. 현행 헌법은 미군점령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개정안 제출에 필요한 의원 3분의 2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91년 걸프전쟁 때 130억 달러라는 거금을 내고도, 파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여론도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를 계기로 자민당에서도 다시 의논을 시작하고, 사민당과 공산당을 제외한 초당파 의원들의 제안으로 2000년부터 중·참의원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해 개헌문제를 논의하게 된 것이다.

-자민당 헌법조사회에서 최근 개정안 가운데 자위군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을 명문화한 안전보장 분야 개정안을 맨 먼저 발표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안보 분야 외에도 많은 개정 분야가 있다. 천황제의 확인, 중·참의원의 기능 분담, 의원내각제와 총리직선제, 지방분권, 환경·프라이버시 등 새로운 인권 등이 그것이다. 헌법이 제정된 지 50년이 넘었는데, 지금 헌법이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점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번의 안보 분야 개정안이 아직 구체안을 내지 않고 있는 야당의 논의를 활발하게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개헌 논의에서 여야간의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

=역시 안전보장 부분이다. 일본은 패전 뒤 나라나 국민이나 모두 전쟁 알레르기에 빠져 국민과 국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느냐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권리를 중시하면서 국가의 국민이기도 하다는 점, 즉 국가방위 의무는 도외시됐다. 그 뿐 아니라 일본이 전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국제적으로 공헌할 책임도 많아졌다. 이런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적 제약을 풀 필요가 있다. 야당은 이를 군국주의 회귀라고 하지만, 국회의 문민통제를 확실하게 규정할 것이므로 그런 염려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점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이뤄져 있지 있다.

-이제까지 일본은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에 대해 평화헌법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해왔다. 개헌은 이에 모순되지 않는가.

=9조를 개정해도 평화주의, 민주주의, 인권존중은 그대로 견지한다. 이런 것을 전제로 현실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 국민의 99.99%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영토확장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아시아 각국이 걱정하지 않도록 이런 점을 잘 설명해야 한다.

-개헌 시한은 어느 정도로 상정하나. 또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공명당은 논의에 5년, 절차에 5년 등 모두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려서야 되겠는가. 개헌에 대해 국민이 신뢰감을 갖도록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2003.8.13.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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