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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디로 가나
(5)선봉에 선 보수우익
미 ‘네오콘’따라 일 ‘국방족’ 대세장악
국방위 소속 강서의원들 자민당 주도
젊은우파 견인...'군사대국'밀어부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탄생 이후 집권 자민당의 우경화와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에서 우파의 세력 확대가 급속히 이뤄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파 득세 배경=우선 자민당의 세대교체로 40대의 우파성향 의원들이 실세로 등장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가토 고이치나 노나카 히로무처럼 주변국들을 고려하는 온건파 중진의원들이 물러나고,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국방예산 증강을 주장하는 아베 신조(49) 관방 부장관이나 이시바 시게루(46) 방위청장관 등 강성 ‘국방족’(국방위 소속 등 국방·안보문제 담당의원)들이 자민당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둘째, 소수파벌 출신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총리의 리더십 결여는 정권 내부의 갈등을 본격화해, 각 세력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우파적 성향을 강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신보수주의 노선이 일본의 신보수주의자들을 발호시킨 측면이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우파세력에게 미국의 신보수주의는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신보수 세력의 입지를 강화시킨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아베 부장관이나 이시바 장관의 대북 강경론이나 자위대 강화론 또한 이런 자민당내 신보수주의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끝으로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국의 대국화가 동북아지역에서 일본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재무장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재무장의 주역=고이즈미 총리를 필두로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아베 부장관, 이시바 장관의 이른바 자민당 4인방이 주역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신보수주의의 기수이며, 재무장 노선의 총 지휘자다. 후쿠다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핵심참모이자 정부 대변인으로 현장 사령관의 구실을 맡고 있다. 그는 온건 우파로 불렸으나, 최근 비핵3원칙도 바뀔 수 있다는 등의 초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후쿠다 장관은 선대로부터 재무장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전후 최초로 방위청이 유사법제의 필요성을 제기한 1965년 당시 방위청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부친인 고이즈미 준야였고, 1977년 방위청이 유사법제 연구를 시작했을 때의 총리는 후쿠다 장관의 부친인 후쿠다 다케오였다.
자민당 소장파 가운데 대표적 국방족인 이시바 장관은 40대의 5선의원이며 대북 강경론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 인정 △전수방위 원칙 재검토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 군사적 보통국가화 등의 주장을 펴고 있으며, 실무적으로 일본 신보수주의의 강화와 재무장을 주도하고 있다.
3선 의원으로 내각과 자민당의 실세인 아베 부장관은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될 정도의 인기를 배경으로 안보 강화와 대북 강경론의 선봉장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핵보유가 가능하고 자위대를 국군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헌법을 개정할 것이며, 현행 헌법에서도 일본이 원폭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무서운’ 젊은 우파들=이시바와 아베는 1970~80년대 일본이 최고의 발전을 이루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일본인이라는 자부심과 국가에 대한 긍지가 가장 강한 세대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30~40대 우파 정치인의 리더로 자리를 굳힌 이들은 다양한 젊은 의원들 모임에 관여해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전수방위 원칙 수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신세기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는 젊은 의원 모임’ 등 이른바 ‘신 국방족’ 모임에는 여야를 망라해 젊은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민당 국방부회 회장인 하마다 야스카즈(48) 의원과 민주당 예비내각 안보장관인 마에하라 세이지(41) 의원이 여야를 대표하는 인사다. 특히 민주당 간사장 대리를 역임한 3선 의원인 외교·방위 전문가 마에하라는 민주당에서 유사법제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며, 지난 5월 중의원 유사법제 특별위원회에서 유사 3법이 통과된 순간 이시바·아베와 악수하며 웃음을 나누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과거 방위산업체들과 이해를 함께 했던 국방족보다 국가주의 성향이 훨씬 강한 신 국방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우파는 첨단무기의 도입과 자주국방의 강화, 대북 강경책 실시 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이들 우파에 의해 군사력을 앞세우는 강경 지향의 신보수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분수령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진호/국민대 일본학연구소(정치학 박사·미-일관계, 일본외교정책)
2003.8.15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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