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유죄와 일본침묵 일본이 2차대전 중 저지른 군대위안부 동원 관련범죄를 심판하는 민간법정의 판결이 지난 4일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있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일본에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6개 전국 일간지 중 한 신문만 사회면 1단 기사로 보일 듯 말 듯 다뤘을 뿐이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여성법정’의 수석판사를 맡은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 전 유고전범법정 재판관은 이날 판결에서 “군대위안부 제도는 일본 정부와 군대에 의해 입안·설치되고 관리·유지되는 한편 조장됐다”며 일본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맥도널드 재판관은 “‘고도로 통제되고 제도화된 시스템’으로 만든 위안소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채 무장경비병의 순찰과 보호를 받았으며 일부 여성은 동굴에 임시로 만든 위안소에서 군표를 사서 차례로 기다리는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지난 56년간 관련자를 처벌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충분하게 사과하지 않으면서 배상도 하지 않은 일본정부에 있다”며 히로히토(裕仁) 전 천황을 비롯한 일본 정부와 군 관계자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저명한 국제법 전문가로 구성된 판사단은 지난해 12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여성법정의 심리결과를 토대로 이날 240쪽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판결문을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30여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도쿄에 모여 일본이 저지른 ‘성노예 범죄’에 대해 생생한 증거들을 제시한 바 있다. 비록 이번 재판과 판결이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으나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의 양심회복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응집해 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묵묵부답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가 퍼져 있다. 일본과 국제사회 사이에 역사인식의 괴리가 이렇게 점점 깊어져 가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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