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대통령 일본 방문에 대한 몇가지 단상 김봉우(독도찾기운동본부 일꾼) 김대중대통령이 10월 7일 일본을 국빈방문한다. 김대통령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터져나온 몇가지 논쟁점을 한번 점검해 본다. 1, 천황(天皇)호칭문제 천황이란 말은 하늘을 지배하는 황제 즉 우주의 임금이란 말이다. 일본은 말할것도 없고 아시아는 물론이요 지구전체를 벗어나 태양계를 넘어서 우주전체의 황제란 말이다. 일본왕의 이름에 담긴 포부에 공포감과 경탄의 념을 보내면서 외교통상부의 "고유명사일 뿐"이라는 담담한 표현에 새삼 곤혹감을 느낀다. 원래 아시아권에서는 하늘(天)을 두려워 하고 가르침을 받는 대상으로 보았다. 때문에 아시아권에서는 중화질서의 중심국가인 중국에서도 감히 하늘을 끌어다 왕의 이름으로 삼는 일은 할생각을 못했다. 우리는 조선조 말에 고종황제가 사상 처음으로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전까지는 과인이니, 세자니 해서 중국왕보다는 등급이 낮은 호징과 의전규범에 묶여 있었다. 동양문화권에서는 황제니 왕이니 하는 말들이 고유명사가 아니다. 일반명사이다. 급수에 따라 부르는 격이 정해져 있는 말이다. 중국이나 조선에서 일본과 정상적인 외교관계에 있을 때 천황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인식을 넘어선 외교통상부의 "고유명사"론을 접하고 보니 할말이 없다. 유럽에서는 문화가 달라 천황이라고 불러도 모르니까 고유명사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까지 고유명사라는 말은 억지에 속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격식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천황이라는 말은 공포의 표현이며 전지전능의 대명사이다. 일본에서 천황이란 호칭은 국가 그자체이다.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무한히 팽창하고 영광을 추구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리고 일본국민은 당연히 천황에게 순종하고 전장을 향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내달리는 정서의 상징이다. 우리민족에게 천황이란 살육을 의미한다. 침략과 약탈 식민지화가 바로 천황폐하의 이름아래 자행되었다. 솥에 넣어 쌂고, 타는 불에 사람을 꼬챙이에 꾀어서 꼬슬리고,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쏟아져 나오는 태아를 군화발로 밟아 비벼서 죽이는 만행들이 바로 천황폐하의 이름으로 자행된 것이다. 정신대, 징용,징병, 창씨개명 심지어는 죽는 순간까지도 "덴노헤이까 반자이"를 외쳐야 했던 공포의 상징이다. 민족의 완전한 말살이 천황페하의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이후 우리는 이런 역사적 내용물을 한번도 청산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독일이 전쟁에 졌을 때는 왕제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버젓이 지탱되고 있다. 얼마전 일인가. 어떤 기업에서 히틀러가 냉혈한이라는 주제로 광고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독일 대사관에서 엄중한 항의를 해와서 결국은 냉혈한 히틀러의 광고계획은 취소되고 말았다. 어떤 경우건 히틀러를 내세우는 일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이해못할 일이었지만 독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범죄로서 단속해도 독일에서 나치스 잔당이 다시 부활하고 난동을 시작했으니 참으로 역사는 얼마나 끔찍한 반복인가. 한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나치스가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님은 얼마전에 있었던 독일 대사관의 광고시비가 잘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해방당시 이미 20대 중반의, 당시로서는 장년에 가까운 나이였으며 학교다닐 때 식민지 교육을 착실하게 이수한 모범생이었음을 주목한다. 일제시대 대부분의 청년, 학생들이 직,간접으로 항일사건에 연루되었지만 단한건의 관련기억도 되살릴수 없는 식민지교육의 성공작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이후에도 김대통령은 한번도 이런 역사인식을 청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김대통령의 청년기의 인식이 반영된 징후는 그이후의 삶에서도 느낄수 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점이 김대통령의 과거인식의 반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2,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양국의 자유무역지대 추진을 공식 제안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방문하기 직전의 기회를 이용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의 고위관리도 같은 제안을 했다니 이것은 일본의 공식적인 제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유무역지대란 사실상 단일 경제권을 이룬다는 말이다. 즉 경제적인 통합이다. 사실상은 국가통합이라고 불러야 그 의미가 정확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경제적 밀접도가 지구상의 어느지역보다도 높다. 한국이 몇 개품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일본제품을 조립생산하는 기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바로 이 때문에 끝없는 대일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번것만 합쳐도 모자라서 국민들의 생산분까지 합쳐서 갔다 바쳐야 하는 것이 한일경제의 현주소이다. 형식적인 장벽은 있지만 사실상의 자유무역지대에 가까운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실질적인 자유무역지대가 된다면 한국은 완전히 일본의 공해생산지로 바뀌고 국가나 민족은 소멸될 것이 분명하다. 과거 식민지 형상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이번 오구라대사의 자유무역지대 설치주장은 과거 식민지시절의 대동아공영권 재현과 같은 의미로 들린다. "한.일 양국이 서구권의 규범을 따라 가는데 급급한 실정"이니 우리가 합쳐서 나서자는 주장이다. 대동아공영권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런 대동아공영의 구상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왔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일본이라는 국가 또는 국민의 특징중 하나는 자신들이 남에게 끼친 피해를 잘모른다는데 있다고 한다. 아마 앞으로 일본은 이런 구상으로 집요하게 다방면으로 한국의 여러계층을 설득하려고 들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런 주장을 받아 들인다면 또는 단초를 연다면 한국은 이제 세계의 변방이 될지도 모를 일본세력권으로 재편되면서 중국과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전쟁전초기지로 바뀌게 될것이고 민족의 보존이 어렵게 될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대단히 필요한 주장이고 이런 주장을 담보로 약간의 입에발린 반성이란 단어를 나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남한이 일본시장으로 완전히 편입되므로써 북한을 강제로 중국쪽 시장으로 사실상 밀어넣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더 말하고 싶지 않다. 3, 이번 김대통령의 일본방문에서 아마도 문화개방과 어업양보가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30억불의 돈 때문에 양보한다면 대단히 식견이 짧다고 할 수밖에 없다. 30억불을 빌리는대신 즉시 100억불 이상이 지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문화시장의 개방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내년에는 그 이상의 적자를 기존의 적자위에 추가로 내게 될 것이다. 어업문제도 지금까지는 전적으로 일본의 요구에 대한 양보로 일관해왔다. 이번 김대통령의 방일전 타결요구는 결국 한국측의 무조건 양보로 귀결될 것이다. 대통령은 빨리 끝내라고 그러고 일본은 양보하지 않으니 방법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일본측 요구대로 들어주고 잘되었다고 하는 선전물을 꾸미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한일간의 문제를 조급하게 해결하려는 자세는 문제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근본원인은 민족주체의식,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입에 발린 말로라도 제대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걸었던 길과 너무나도 닮은 현상이 아니 더 심한 현상이 재현되는 현실을 보면서 참으로 긴 고난을 견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절멸의 정경을 보면서 견디던 선조들의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민족의 앞날이 캄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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