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보다는 武” 과거 회귀하는 일본 ‘ 무력 공격의 우려가 있는 경우’와 ‘무력 공격이 예측되는 경우’는 어떻게 다른가? 일본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이는 공격이 예측되는 경우에 해당하는가?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런 논쟁이 7일과 8일 이틀간 일본 국회에서 하루종일 열렸다. 전시 또는 그에 준하는 사태에 물적·인적 동원을 쉽게 하기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유사법제(有事法制)와 관련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공격이 예측되는 사태는 언제냐”는 야당 질문에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청 장관은 “자위대의 방위출동이 예측되는 사태”라고 답변했다가, “그러면 방위출동이 예측되는 사태는 언제냐”고 되묻자 “공격이 예측되는 사태”라는 식으로 답변을 내놓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법안은 ‘공격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공격이 예측되는 사태’보다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고이즈미 총리는 “일기예보를 보면 ‘눈이 올 우려가 있다’는 것 보다 ‘예측된다’가 더 확실한 것 아니냐”고 말해 자신도 헷갈리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허술한 답변을 하면서도 총리와 방위청 장관 이하 관계자들은 시종 뻣뻣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고이즈미 총리는 헌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헌법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최근 일본 군부는 이런 총리와 장관을 둔 덕에 기가 살아있다. 자위대 파병을 위해 미국에 공작을 벌이고도 별로 잘못했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또 군(軍)에 대한 문민 통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방위백서 일부 문구(文句)에 대해, 군부가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문(文)’보다는 ‘무(武)’가 우대받았던 나라다. 그 때가 그리운가 보다. (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 2002.5.9.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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