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정부 MD발언의 속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장관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의미사일방어(MD) 계획의 개발·배치를 시야에 두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한 뒤부터다. 그의 발언은 현재 연구 단계인 일본의 MD 계획을 개발·배치 단계로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당인 자민당은 물론 방위청 내부에서조차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방위청 출신의 한 관계자는 “환경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제3국에 발사된 미사일을 일본이 요격할 경우 헌법 해석에서 금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저촉될 소지가 크고 ▲재정부담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이시바 장관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MD구상은 현재 연구단계이며 개발·배치단계로의 이행은 별도 검토한다는 일본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시바 장관의 발언을 일회성 돌출 발언으로 끌어내렸다. 당사자인 이시바 장관도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비용과 헌법 문제 등 판단 재료를 논의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쿄 외교가는 이시바 장관의 워싱턴 발언과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후속 발언을 자위대의 행동범위 확대를 겨냥한 일본 정부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할 때도 현재의 MD 논쟁과 흡사한 경로를 거쳤다. 테러 지원을 위해 이지스함의 파견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던 이시바 장관의 주장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벽에 부딪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자위대원들의 함상 생활 편리성’ 등의 명분으로 성사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관련, “예상보다 여론의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이 고이즈미 총리로 하여금 이지스함 파견을 결정케한 요인의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도쿄 외교가는 MD와 관련한 이시바 장관의 발언과 그 이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보통국가론을 앞세우고 있는 고이즈미 정부가 MD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 새삼 주목된다. 〈도쿄/박용채특파원〉 2002.12.23.경향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