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일본은 정해진길로 가고있는가? 지난 9월1 7일 북일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기 전에다음과 같은 얘기가있었다.즉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켜물고늘어 질것이다. 평양쪽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납치한 적이 없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고(사실그때까지는한두건의 예외를 빼고는 납치했다는 분명한 증거도없었다), 다른 하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중간길은 없다. 그러나 평양이 어느쪽을 택하든 일본,특히자민당우파를 필두로 한 우익지배그룹은 결코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평양이 납치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북.일 국교정상화나 북일관계 개선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고이즈미조차 납치의혹 확인 및 해결없이 국교정상화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양가기 전부터 여러차례 못박았다. 그러면 평양이 납치사실을 인정 할 경우 국교정상화는 자동보장되는것이었던가? 물론 아니었다. 납치를 인정하면 그들은북을 무도하고 침략적인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자국 재무장을 추진해왔던 그때까지의 자신들 정책이 역시 옳았다며,아무런 보장도 없이 어떻게 정상화를 할 수 있느냐며 끊임없이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고 평양쪽에 양보하라고 압박 할것이다. 지금 그대로 돼가고 있다.평양쪽은 서로 과거의 잘못은 털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손을내밀었고,평양공동선언도 바로 그 사실을 명기했다. 그럼에도 지금 일본은 실로 가관이다. 평양선언은 간 데 없고 존재하는 것은 납치뿐이다. 《요미우리신문 》《산케 이신문 》을 비롯한 우파 신문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매스컴과 정계 재계가 일본의 모든불행,아니 세상의 모든악이 평양의 납치에서 비롯되기나 한 듯 떠들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납치보상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한 북일관계 정상화는 시동조차 걸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그 적반하장이라니. 식민지 지배와 전후 적대정책에 따른 일본쪽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도대체 누가 보상을,아니 배상문제를 꺼내야 옳단말인가. 기가막히게도,지금 일본을 보고 있노라면 전범국과 피해국,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역전돼 있다. 납치 사실자체는추호도 두둔할 생각이 없고그 래서도 안된다. 특히 희생자 유족들의 기막힌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잘못은 잘못이고청산은 그것을 제대로 인정한 바탕위에서 이뤄져야한다. 그런점에서 납치사실을 과감히 인정한 평양쪽의 결정은 여러 계산끝에나온 불가피했던 사정탓이건 아니건 정치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옳았다. 그 바탕위에서 필요하다면 유족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하면서 일을 풀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일본 우파들은 일을 풀어나가기도전에 전범국이 자신들이 아니라 평양쪽이라고 못박고 국교정상화협상 을전쟁배상요구하듯 설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건 마치 북일관계가 잘 풀려서는 큰일이라도 난다는듯 아예 작심을 하고덤비는 격이다. 지난9일 일본 노벨문학상수상자 오에겐자부로가 《아사히신문 》에 다시 히로시마 핵피폭문제를 거론하면서조지 부시 미국정부의 전쟁정책에 동조하는 고이즈미정권을 점잖게 나무랐지만, 히로시마문제야말로 일본의 전도된 시각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전형일 수 있다. 정작 히로시마 피폭비극을 만들어 낸 당사자거나 그 후예인 일본우파들은 히로시마비극을 통해 전후 일본을 침략국,전범국이아니라 패전국,피해국으로,나아가 평화의 나라로 덧칠하는데 이용했고,그리고 성공했다. 세상의 가장 참혹하고 억울한 전쟁 피해자는 바로 자신들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들이 식민지 지배와 피폭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한 그들의 이웃나라 희생자들을 이해할 마음도 이해할 능력도 없다는 것은 재일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히로시마피폭자들을 대해 온 그들의 태도와 우파들의 줄기찬 망언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절묘하게도 지금 일본내의 대북 이상열기,납치열풍은 이라크 침략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우파들의 대북 전략및 세계패권전략과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미국은 마치 고이즈미정권을 자신의 대북정책대리인으로 앞세우고 대북적대정책의 부담을 벗어버린듯하다. 잘못돼도 자기들탓은 아니다. 일본내의 비등한 납치여론은 미일양국의 대북역할분담,또는 동아시아전략을 떠받쳐주는 호재중의 호재가됐다. 이쯤되면 일본의 납치여론,반북여론을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 됐다. 알다시피 고이즈미 방북은 사전에도 사후에도 미국과 충분히 협의되고조정됐다. 그들은 그게 아니라고 발뺌을 해놓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의 북일 문제는,나아가 남북문제,더 나아가 북의 곤경과 분단한반도의 비극은 미국,일본 그들끼리 치고 받은 전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이 비극이 그들이 1 9 5 0 년 한국전쟁중에 급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상징하는 이기적인 전후처리 담합의 연장선상에있는데도,아직도 그들은 그 단꿈에 젖어있는 것 같다. 일본은 북일국교정상화의 본래정신으로 하루빨리 복귀해야 한다. 역사를 배반하면 더 큰 불행이 닥칠것 이다. 한승동 한겨레 국제부 차장 민족21 2002.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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