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사마와 입성에 ‘제국핏줄’ 꿈틀
△ 일본해군이 1904년 2월 8일 뤼순의 태평양함대를 기습공격한데 이어, 일본군 육상부대는 5월 25일 뤼순의 전초거점인 난산의 러시아요새를 점령했다. 사진은 난산 전투를 그린 일본의 목판화. <한겨레> 정보자료실
파병 일본 ‘러일전쟁 100돌’
수상한 열기 보수신문 러일전쟁 재조명 경쟁속 홋카이도등 ‘파병 고무감’흥청거려 8일은 러·일전쟁 발발 100주년이다. 동양의 소국인 일본이 유럽의 대국인 러시아를 격파한 지 정확하게 100년째 되는 이날에,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의 전투지역에 파견된 일본의 육상자위대 본대 1진 90명이 이라크의 활동지인 남부 사마와에 입성했다. 우파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지만,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을 100년 전 ‘영광의 역사’의 부활이라는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
이라크 파견 부대 주력인 자위대 2사단의 근거지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분위기는 흥분과 고무감에 들떠있는 것이 한 예이다.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이라크 파견을 계기로 시내 전체가 고무감에 들떠있고, 파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이런 분위기는 러·일전쟁 때부터의 출병 역사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보수계 언론 및 인사들의 논의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러·일개전으로부터 100주년, 국민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고, 우파계열로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6일 러·일전쟁이 동유럽 및 아시아의 민족해방운동에 공헌했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다. 또 이 신문사와 주오코론사가 2일 주최한 러·일전쟁 100주년 기념심포지움 ‘일본의 결단, 지금 문제되는 국가전략’에는 450명 수용의 회의장에 2900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 신청을 하는 열기를 보였다.
외교관 출신의 우파 논객인 오카자키 히사히코는 이 자리에서 “러·일전쟁 뒤에 일본 사람은 변했다”면서 “전쟁 당시 20살 정도의 청년은 모두 우수했고, 그 뒤 일본의 문화 및 예술분야에서도 크게 공헌했다. 전쟁에 이기면 민족은 의기가 고양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8일 사설에서 “역사를 미래에 살리기 위해서는 그때 상황의 전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화자찬적인 평가를 견제했다. 이 신문은 “예를 들어, 러·일전쟁이 조선, 만주의 지배를 둘러싼 제국주의 전쟁의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 정착된 평가”라면서 “전쟁으로 조선의 지배권을 얻은 일본은 합병에 의한 식민지화를 진행하고, 중국 침략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또 “이 20세기 최초의 대전쟁에 대해, 일본에서는 지금 오로지 긍정적으로 취급하는 논조만이 눈에 띈다”고 우려했다. 마에다 데쓰오 도쿄국제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러·일전쟁 승리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대국주의 부활을 위해 과거의 역사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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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여론, 자위대 파병찬성 기운다
찬반역전…이라크 휘날리는 일장기에 자부심
자위대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찬성여론이 반대여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이 지난 6~7일 이틀간 실시해 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위대 파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8.3%, 반대한다는 대답이 45.1%로 나타나 지난달 조사때와 달리 찬반의견이 역전됐다. 이런 결과는 지난 번 조사때보다 찬성여론은 5.5% 포인트 높아진데 비해 반대여론은 6.5%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7일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은 제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있으나,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부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복입은 남자들, 일본 신세대에 깊은 인상’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전하고, 검은 베레와 사막 위장복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사토 마사히사 육상자위대 선발대장의 팬 클럽이 생기는 등 일본 열도의 남녀 젊은이들이 ‘제복’(군인)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젊은 여성은 사토 팬클럽 홈페이지에 “그는 정말 멋지다. 남자답고 말쑥한 얼굴은 옛날 일본군과 같다”고 글을 올렸다. 신문은 많은 젊은이들이 일장기가 이라크 사막캠프에 휘달리고 자위대 선발대원들이 지역 인사들과 아랍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지난 1월 말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자위대 파병에 관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나뉘어졌지만, 30~40대 층보다도 젊은 층에서 이라크 파병을 더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도쿄 로스앤젤레스/연합 2004.2.9. 한겨레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