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논의”… 집단자위권 노린다
일본이 3일 헌법 시행 60주년을 맞아 강력한 개헌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이례적인 특별담화에서 “나라의 이상과 틀인 헌법에 대해 광범위한 국민적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일본 헌법은 그동안 전쟁포기를 규정한 제9조를 중심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개헌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등이 정비되지 않아 단 한 차례도 고쳐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러나 아베 내각이 ‘임기 내 개헌’을 내걸고 출범하면서 개헌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안이 발의돼 지난달 중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달 중 참의원 의결을 거쳐 법안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안은 공포 후 3년간은 개헌 발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 발의는 일러야 2010년 5월에나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중·참의원 정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자민당 단독으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개헌 발의는 정치권 합의에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임기 내 개헌’은 그가 재선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의 임기는 2009년 9월 말까지다.
개헌이 이 정도로 힘들고 시일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헌법9조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자국과 밀접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권리)을 인정하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개별적 자위권 행사는 인정하고 있으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는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해석해 금지해왔다. 이를 뒤집기 위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방미 전 총리 직속 ‘전문가 자문기구’를 설치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헌법 해석을 바꾸면 일본 자위대는 미군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군사적 전개가 가능해진다. 헌법 한 글자 바꾸지 않고도 개헌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해석(解釋)개헌’이라고 부른다.
도쿄=정권현 특파원 khjung@chosun.com 2007.05.04 00:41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