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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운동, 달라져야 한다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민들의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농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 과격해 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그 문제가 시위로 해결될것 같지 않고 정부도 선택할 다른 카드가 없으니 매우 답답한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예전처럼 개별 국가단위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라면 농민들의 주장이 먹힐 여지가 많겠지요. 그러나 이제 세상은 개별국가 단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공산품에 이어 농산품까지 국경없이 넘나들고 이제 사람까지 국경을 넘어 넘나듭니다. 그러니 개별 국가의 정부가 세계의 흐름과 관계없이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농민들의 주장은 반세기 전에는 맞는 말이었고 적어도 20-30년 전까지는 그런대로 받아 들여질수 있었지만 이제는 적합성을 잃은 주장입니다. 국가의 식량안보라는 논리는 개별국가 주권의 절대성이 보장될 시절에는 먹힐수 있는 논리였지만 지금은 이미 세상의 흐름과 어긋나는 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흐름은 한국정부 마음대로 할수 없는 것이고, 아니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고 강요당해서 끌려가는 처지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겠네요. 그러니 한국정부에 시위를 통해서 강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다른 현실적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아무리 전통이라고 해도 늘 변하는 것이고 농업도 산업의 한분야로서 기술과 생산양식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니 앞으로도 변할 여지는 많겠지요.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난 문제를 요구해 보아야 해결은 어려운 것이고 오히려 아까운 시간과 경비만 축내고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양식으로는 이제 안되니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보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입니다. 농민 지도부가 단지 시위외에는 더 다른 생각을 할 능력이 없다면 제대로 된 지도부는 아닙니다.


지금 시베리아에서 생산하는 쌀의 단가는 한국 생산단가의 1-2%에 지나지 않으며 중국 만주에서 생산하는 쌀의 단가도 한국 단가의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타일랜드나 칠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구체적인 수치에서 어는정도는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쌀도 엄연한 자본주의 체제의 상품이고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한국 쌀만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해서는 억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생산량만 늘리려고 들것이 아니라 값을 올릴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간다면 시베리아나 만주의 쌀값이 더 떨어질수도 있고 다른 농업국의 농산물 값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지금같은 가격으로는 한국농업의 종말은 이미 시간문제이지 예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인삼이 있습니다. 인삼은 60년대부터 한국정부차원에서 국제적인 홍보를 하여 유명해진 상품입니다. 인삼은 매우 훌륭한 약재로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삼이 유명해진 뒤 한국정부는 아니 한국 농민들은 그 유명세를 그냥 두어 버렸습니다. 인삼의 질을 높인다든지 아니면 한국 인삼의 특수성을 알린다던지 무슨 노력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인삼의 유명세를 탐낸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심지어는 동남아에서도 인삼을 생산해 국제시장에서 인삼은 이제 싸구려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한국 인삼은 약간 비싼 값으로 팔리기는 하지만 별차이는 없습니다.

한의사들에게 문의해보면 한국에 돌아다니는 외국 인삼은 값은 싸지만 약효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국 인삼을 반드시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인삼의 질은 매우 탁월한 것이지요. 다른 나라도 모두 한국 인삼씨를 가져가서 심었을 것이니 바탕은 꼭같은 것인데 한국인삼의 질이 유난스럽다면 이것은 농민들의 생산기술이 탁월한 것이 아니라 인삼을 키워내는 한국의 땅이 유난스럽다는 말이 됩니다.

이처럼 훌륭한 인삼을 한국 농민들은 살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생산된 싸구려 인삼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다른 농작물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요. 개별 농민이 하기 어려우면 농민단체가 아니면 농협이 나서서 충분히 할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적어도 10-100배의 값을 받아 낼수 있는 훌륭한 인삼을 싸구려 경쟁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비교하면 벤츠를 티코와 같은 값에 팔아먹고 있는 격이지요. 자동차라고 다 같습니까.

한국의 모든 농작물은 토질이 뛰어난 땅에서 자랐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과는 질이 아주 다릅니다. 이런 질을 살려낼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농산물의 우수성은 미국의 영양학이나 유럽의 에네르기 측정방법으로는 잴수 없습니다. 인삼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오랜 문화적 기법으로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농산물도 문화와 뗄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제 시각의 전환이 필요 합니다.

20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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