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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는 2인자가 없어야 한다

PLO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위독하다고 한다. 아라파트의 부재는 팔레스타인 민족에게는 매우 위태로운 시기이며 중동 정세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의 죽음을 학수고대 하고 있을것이다. 그가 있으므로 팔레스타인 민족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요즘 언론지면에 매일 떠오르는 화두가 아라파트가 욕심이 많아 2인자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가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정당한지, 그리고 아라파트 권력은 언론 주장대로 돈에서 나오고 있는지를 살펴 보자. 참고로 한국 언론은 미국 언론 보도를 그대로 베껴서 보도하고 있을 것이다.


혁명이나 해방운동은 강력한 무력과 정보력, 돈을 가진 지배국가와 싸우는 일이다. 지배 당하는 국가는 당연히 모든 면에서 약하다. 해방운동은 증오심은 높지만 조직화 되어 있지 못하다. 정보가 공개되거나 적의 정보망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부 정보가 입수되는 즉시 즉각 전원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것이 해방운동의 특징이다. 조직원은 숫자가 적고 무기도 조잡하고 자금도 없고 개인이다. 모든 해방운동은 처음에는 개인 단위에서 시작된다. 많은 희생을 치른후에 누가 믿을수 있는지 판별이 되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조직이 생긴다.


적의 첩보망이 그물처럼 쳐져 있는 조건에서 해방운동은 당연히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모두가 믿고 무조건 따를 지도자를 가지지 못하면 해방전쟁은 시작조차 되지 못한다. 시작이 없는데 승리를 꿈꿀수는 없다. 따라서 절대적인 지도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해방운동의 존망을 가르는 문제이다. 있으면 싸울수 있고 승리를 바라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지도자가 없으면 장난수준에서 끝난다.


혁명전선에서는 2인자를 두면 안된다. 방침에 혼선이 생기고 힘이 나누어지며 내부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절대지도자는 혼자여야 한다. 만약 2인자가 될 야심으로 설치는 자가 생기면 가차없이 처단해야 한다. 해방운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다. 생명을 건 운동이기 때문에 절대자의 위치는 절대적이어야 하고 2인자는 없다. 절대자 앞에서 모두 같은 대원일 따름이다.


선거로 선출되는 안정된 국가에서도 사실 2인자는 없다. 2인자는 수시로 바뀐다.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통령이 2인자이지만 모든 권한은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일 따름이다. 그러니 절대적인 2인자는 없다. 그때 그때의 편의에 따라 2인자가 달라진다. 이런 식의 2인자는 파타 내부에도 항상 있다. 혁명의 와중에 있는 국가의 긴박성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때문에 결정권을 나누어 가지는 2인자는 없어야 한다. 완전히 단일한 질서와 체계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 위치를 가지는 카리스마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진영의 동지사이에서 수백차례의 치열한 노선 및 지도력 경쟁을 통하여 생겨난다. 그 경쟁은 죽고 죽이는 피의 살육전이다. 만약 2인자가 생기면 2인자 그룹 지망생 사이에 살육전이 벌어져 적과의 싸움은 나중이고 우선 내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살육전이 우선이다. 최고 지도자가 다른 자를 미는 것 같으면 최고지도자까지 죽일수도 있다. 최고 지도자와 후계자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혁명전선의 파멸로 이어진다. 권력쟁탈전을 이용하려는 지배국가의 공작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연개소문 후계자 싸움으로 망했다. 후백제도 후계자 싸움으로 망했다. 절대적 최고지도자가 2인자를 지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당의 차기 대권 후보 경쟁을 보면 대통령이 누구를 지명하고 키워도 통하지도 않고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예전 한나라 당도 그랬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는 자신이 지명했던 후계자가 자신을 쫒아내려 하자 피투성이 싸움을 벌여 권력을 지키고 말레시아를 지켜냈다. 싱가포르는 이광요가 후계구도를 만들어 계속 수렴청정 하고 있다. 치열한 전쟁중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당면한 위기를 생각하면 아라파트가 2인자를 만들지 않은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만들었다면 아마 팔레스타인 전선은 무너졌을 것이다. 
후계자는 스스로 능력을 검증받으며 성장한다. 누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으로 아라파트의 힘은 돈에서 나오는가. 부하들을 부리는데 약간의 보탬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라파트는 돈으로 위치를 차지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강렬한 애국심과 뛰어난 지도력과 상황판단의 명민함과 건강으로 카리스마적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완전한 카리스마가 만들어진 뒤에는 그어떤 돈이건 아라파트의 결재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만이 믿을수 있는 사람이고 그에게 자금이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시절 백범에게 모든 자금이 다 들어가서 백범이 혼자 자금용도를 결정했던 전례를 보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음을 안다. 돈이 여기저기로 들어오면 내분을 일으켜 독립전쟁을 분열시킨다는 것도 안다. 독립전선의 분열이야 말로 팔레스타인의 파멸이다. 때문에 자금의 사용 루트는 비밀인 것이 당연하다. 이스라엘이 첩보를 입수하면 그 돈을 빼앗아 갈 것이니까. 그리고 내부 싸움을 일으키게 만들 것이니까. 아무도 건드릴 일이 없는 미국같은 국가도 정보예산은 절대 비밀이고 대부분 예산의 내역이 비밀이다. 사용 결정권자도 사실상 독점 되어 있다. 하물며 존망의 위협앞에 서있는 팔레스타인에 있어서야 무슨 말을 더 하랴.


자치정부가 부패한 것은 아라파트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의 한계요, 시대의 한계이다. 또 부패없는 국가는 없다. 국민의 감시가 철저하면 부패가 줄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 모든 신생국가는 이문제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팔레스타인도 앞으로 이 문제와 싸워야 할 것이다. 부패는 문화 수준의 문제이다.

그동안 아라파트가 있었기에 팔레스타인은 희망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죽음과 더불어 팔레스타인의 희망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아라파트의 명예를 훼손하는 온갖 소문들은 이스라엘과 그를 지원하는 미국과 그 세력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다. 하기야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미국 기자들이 볼 때 아라파트의 모든 행동은 나쁘게 보일 것이다. 미국의 제도나 정서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미국과는 다르다.

한국 기자들은 미국 기사를 무책임하게 베껴 쓰는 것으로 그 역할을 끝내서는 안된다.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꼭 앞잡이처럼 보이니까.

200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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