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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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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문제 핵심은 ‘A급 전범’이 아니다

-일본인이 본 야스쿠니 문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야스쿠니 문제의 핵심으로 ‘A급 전범’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A급 전범을 야스쿠니에서 제외하면 일본 정부 수뇌부들은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야스쿠니 참배를 시작할 것이며 천황도 참배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국가와 야스쿠니신사가 강력하게 연결되면 일본은 ‘전쟁 전과 가까운 상태’로 되돌아갈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필자가 서울에서 살게 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다.
그간 일본인으로서 필자가 항상 느낀 것은 ‘내셔널리즘에 대한 소외감’이다.
일본은 학교에서 애국심을 가르치는 것이 오랫동안 터부시 됐던 나라였다. 일본은 애국심 교육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 반성의 산물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일본의 국가인 ‘키미가요’를 부르지 못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고, 필자가 다닌 대학교에서도 학교 행사에서 일장기 게양을 본 적이 없었다.

‘인접국가 공격용’ 내셔널리즘의 대두

자위대라는 준군대의 존재는 사회에서 거의 볼 수 없었고, 이따금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복구작업에 위해 출동한 모습을 TV에서 볼 뿐이었다. 헌법은 그 어떤 전쟁도 금지하고 있다. 자위대기지나 미군기지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에게는 ‘군대 알레르기’가 있는 반면, 남자들에게는 군대가 없기에 가능한 ‘군대와 무기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있다. ‘평화 일본’의 모습이다.


한국에서 일본어로 이야기하면서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필자에게 ‘독도가 우리 땅인가, 일본 땅인가’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익활동가가 아닌 보통의 시민들이다.
우리 일본인은 독도(다케시마) 문제를 잘 모른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자 유학생 중에는 역사교과서나 독도, 위안부, 야스쿠니신사 문제등이 뉴스로 크게 다루어질 때마다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하숙집에 들어박히는 친구들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온 나라가 새빨갛게 물든 광경을 보며 무서워한 일본인들도 있었다.


한국에는 일본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내셔널리즘이 넘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어느 쪽이 일반적인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내셔널리즘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의 문화나 전통에 자랑을 가지는 온화한 내셔널리즘이 아닌, 인접국가들을 공격하는 위험한 내셔널리즘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 정부의 정책과 결합돼,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그 흐름을 잘 보여 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일본이 우경화되면 될수록 한국이나 중국에 사는 일본인은 떳떳하지 못하다. 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일본의 내셔널리즘 모두에 주한 일본인은 소외감을 느낀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비는 야스쿠니신사가 나쁜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도 있는 추도 시설은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의 국립묘지처럼.” 취재 중에 한국인들에게도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태평양전쟁의 수행 책임자로서 연합국에 처벌된 A급 전범도 같이 합사돼 있기 때문에 일본 수상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반성하지 않는 증거다.’ 라며 반발해 왔다. 그러면 A급 전범을 야스쿠니에서 제외하면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해결하는 것인가.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야스쿠니신사는 본래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가 천황을 위해 기뻐하며 떠나도록 만든 ‘전쟁 장치’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수상이 야스쿠니신사를 매년 참배한 것은 역사교과서 문제, 총련 공격, 북 위협론, 교육기본법 개정, 그리고 전쟁포기를 결정한 헌법9조의 개정으로 이어지는 일본 재무장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야스쿠니를 옹호하는 일본의 젊은이들

야스쿠니신사에 대해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깊게 모른다. 그 때문일까. 많은 사람이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긍정적이다. 야스쿠니는 모든 나라에 있는 전몰자 추도 시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이 수상 참배를 비판하면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넷 우익’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중국을 때려 눕혀라. 한국은 무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문제는 우익의 단골주제가 되어 버렸다.


필자는 지난 5월 일본 국립 에히메대학교에서 당시 <한겨레21>이 취재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2만 1000명의 한국인과 2만 7000명의 대만인이 일본 군인으로서 죽고 일본을 지키는 신으로서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고 있다는 것, 한국과 대만에서 전쟁을 체험한 많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했다.
강의 후 학생들에게 온 소감에는 ‘한국과 대만 사람도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고 있다니 몰랐다’ ‘일본이 아직 제대로 사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이 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발한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야스쿠니신사의 존재나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긍정 일색이었다. ‘외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전쟁에서 죽은 조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사람은 A급 전범이 아니라 보통 전몰자를 추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과 한국인은 너무 민감하다’ ‘일본을 위해 죽은 한국인을 일본이 추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등의 의견이 약 8할을 차지했다.
‘한국에는 종군위안부 등의 피해를 꾸며내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 여학생이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야스쿠니신사의 본질이나 근현대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최근의 우경화 TV프로나 만화를 읽어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일본 자민당 정치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있다.

아베 수상이 목표로 하는 ‘아름다운 일본’

일본을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야스쿠니신앙은 일본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국가종교였다. 국가가 만들어, 국가가 이용해 온 야스쿠니신사를, 지금 또 일본 정부가 이용해 여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 의 종교 시설이다. 다만 전통 신도처럼 적도 아군도 죽은 사람이 모두 신이 되는 신앙은 아니다. 메이지 시대에 새로운 일본 정부에 맞서 전쟁을 일으킨 사이고 다카모리 등은 모셔지지 않았다. 천황 측 군대에서 죽은 사람만을 신으로 하는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신흥 종교인 것이다. 일본을 위해 목숨을 잃은 일본인뿐만이 아니라, 한반도, 대만 등 식민지 출신자도 신으로서 모셔지고 있다. 천황의 나라를 지킨 영웅이라면 현재의 국적은 관계없다.
한국이나 중국은 일본 수상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할 때마다 항의해 왔다. 그것은 야스쿠니신사의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급 전범 합사 문제’를 야스쿠니 문제의 본질로 보면 안 된다.
야스쿠니의 본질은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을 기리는 시설’ 이라는 점이다.
이 야스쿠니신앙이 전쟁전과 같이 일본 국민 전체에 퍼지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 훌륭한 일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완성이다.


야스쿠니신앙은 국가와 결합되어 퍼져 간다. 한국과 중국이 염려하는 A급 전범을 빼면 ‘군대를 가져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나라로 바꾸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일본 정부 수뇌부들은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야스쿠니 참배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쇼와 천황은 A급 전범 합사를 싫어해 야스쿠니 참배를 그만두었지만 A급 전범이 없어지면 천황도 참배를 재개할지 모른다. 이렇게 해 국가와 야스쿠니신사가 강력하게 연결되면 일본은 전쟁 전과 가까운 상태에 되어 간다. 야스쿠니와 국가의 연결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한다.


아베 수상이 목표로 하는 것은 ‘군대의 불보유, 전쟁포기’를 결정한 헌법9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개정하면 전쟁을 할 수 없는 자위대라는 비정규군은 전쟁을 할 수 있는 정규군이 된다. 만약 군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나도 지금의 일본 국민은 나라를 위해서 생명을 바치는 바보 같은 행위는 안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어 일본의 교육에는 지금까지 봉쇄되고 있던 ‘애국심’ 이 교육의 테마로 포함되었다.
필자의 세대가 경험하지 않았던 애국심 교육은 물론 학교 행사에서는 일장기를 내걸고 키미가요를 부르는 것도 의무화했다. TV프로나 만화, 잡지, 인터넷 등 젊은이가 보는 미디어에는 인접국가를 공격하는 과격한 내셔널리즘이 넘치고 있다.
이것에 국가가 지지하는 야스쿠니신앙이 퍼지면 ‘국가를 위해서 생명을 바치는 것은 아름답다’ 라는 사상이 부활해 일본은 정말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버린다.
아베 수상이 바라는 ‘아름다운 일본’의 모양이다.


보수정당인 자민당의 카토 코이치 중의원 의원은 고이즈미 전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나 아베수상의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각’ 정책에 비판을 계속해 왔다.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다 우익에 의해 집이 불태워지는 테러도 당했다. 일본은 매우 위험한 시대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발언을 그만두지 않는 카토는 지금 좌파 미디어에게 ‘자민당의 양심’ 이라고 불리고 있다. 보수 정치인에 있어서도 자민당 중추의 우경화와 일본 전국을 가리는 우경화 분위기에는 찬성할 수 없을 정도다.

사이 좋게 교제하는 내셔널리즘 기대

카토는 내셔널리즘에 3가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는 ‘인접국가와 싸우는 내셔널리즘’. 영토나 유전 문제, 역사 인식이 그 원인이 된다.
두 번째는 올림픽이나 축구 월드컵, GNP 등에서 경쟁하는 ‘경쟁 내셔널리즘’.
세 번째는 자신의 나라의 문화나 전통 등 정체성에 자신을 가지는 ‘자랑의 내셔널리즘’ 이다. 카토는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은 패전에서 잃은 아시아에 대한 자신을 한번 더 되찾고 싶다고 하는 심정이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우선 근처 나라와 싸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 아닌가. 인접국가와 싸우는 내셔널리즘만이 높아지고 있다’ 라고 진단했다. 위험한 내셔널리즘을 이용해 인기를 획득한 정치인이 고이즈미 전 수상이었다. 아베 수상은 이 내셔널리즘을 고정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내셔널리즘 고조는 이미 멈출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내셔널리즘이 자국을 자랑으로 생각해 인접국가와도 사이 좋게 교제해 가는 내셔널리즘으로 변화한다면, 내셔널리즘이 강한 한국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주한 일본인들의 소외감도 해방될 수 있을까. 이대로 인접국고와 싸우는 내셔널리즘으로만 나아가면 일본은 ‘군대를 가져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나라’가 되어 버린다. 내셔널리즘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은, 이 괴물 같은 사상과의 싸움 한복판에 놓여있다.

  *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일본인들.

스나미 케스케  2007_08_민족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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