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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 40만 자의 운명

우주의 역사 150억 년을 1년으로 압축해보자. 지구는 9월 14일 태어났고, 최초의 인간은 12월 31일 오후 10시30분 탄생했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12월 31일 오후 11시59분59초쯤 시작됐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제시한 수치다.

그런데 '마지막 1초'가 동양과 서양의 운명을 갈랐다.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무장한 서양은 지식의 대중화를 열어젖혔다. 반면 우리는 금속활자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해야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재정 학예사가 최근 찾아낸 한글 활자(을해자) 30여 개는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을 북돋운 '사건'이었다. 1461년 간행된 '능엄경언해'에 사용된 금속활자를 발견했다. 그가 확인한 을해자(乙亥字)는 정확히 '을해자 병용자(倂用字)'. 1455년(세조 1년) 주조된 한자 활자인 을해자와 함께 사용됐다. 1455년께 나온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와 시기상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금속활자 발명국의 구체적 '물증'이 처음 나온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2002년부터 활자와 인연을 맺어온 이씨는 지난해 재미난(?) 계산을 한 적이 있다. 박물관에 있는 금속활자 40만 자(대부분 한자)를 혼자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알아봤다. 그랬더니 석 달간 7000자를 처리할 수 있었다. 한자 활자를 부수별로 구분하고, 획수별로 세분했다. 말이 좋아 정리지 활자를 하나하나 읽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건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1년에 2만8000자, 40만 자를 마무리하려면 14년이 족히 걸렸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씨는 그래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혼자지만 머지않아 '원군'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서너 명만 합류해도 수년 내에 마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이씨 전에도 활자를 정리한 사람이 있었다. 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이다. 그는 중앙박물관 학예관으로 있던 1994년 여름부터 1년간 금속활자 분류에 도전했다. 오래되고 낡은 활자 장(欌)을 새로 짜고, 숙종 3년(1677년) 만든 현종실록자 1만 자를 정리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그냥 손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소 관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7년 뒤다. 물론 이번에도 혼자였다. 그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남은 게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 15세기 활자를 찾아낸 것은 우연, 혹은 기적에 가까웠다. 한글 활자(총 752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나머지 40만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연대.크기별로 상당 부분 정리했던 활자들은 한국전쟁 때 박물관이 공습을 받으면서 많이 뒤섞인 상태다. 무엇보다 현황 파악이 완료돼야 조선시대 활자의 제조법, 조판(組版) 형태 등의 연구가 진척될 수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당장 조사인원을 늘려야 한다. 500년 조선의 인쇄문화를 한 사람에게 맡기는 건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중앙박물관은 연차적 증원 구상을 세워놓고 있으나 구체적 실행방안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통의 재발견을 '제2의 한류' 활성화 비책으로 선정한 문화관광부도 방관할 사안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금속활자 40만 자 대국'은 이름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사실 활자만큼 유력한 세계기록유산 후보도 없다. 혹시 아는가. 태종 3년(1403년) 조선시대 처음 빚어낸 계미자(癸未字)도 찾아낼 수 있을지…. 우주시계의 '마지막 1초'는 얼마든지 우리의 것으로 빛낼 수 있으리라.

박정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중앙일보 0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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