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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독립운동 현장을 찾아서<3>

방치된 유적지, 중국 정부가 나서 복원

창사시, 김구 선생 전시관 만들어
보훈처선 구체적 대책 아직 없어  
 
 
   ▲중국 후난성 창사시 웨루산 웨루사에 있는 김구 기념관. 창사시는 난무팅에서 총격을 받은 백범 김구 선생이 병원 치료가 끝난 뒤 요양했던 이곳 요사채를 지난해 전시관으로 꾸몄다. 안내문에 적힌 한글 표기가 이채롭다.   
  
정부가 해외 항일 독립운동 유적을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 지방정부가 우리 항일 유적지에 기념관을 세우는 등 보존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에서 취재팀이 만난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외사처(국제교류 담당 부서)의 량수(梁舒) 처장은 “한국의 항일 유적지 복원의 일환으로 백범 김구 선생이 총격을 받은 난무팅(楠木廳) 6호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무팅 6호는 조선혁명당 본부로 쓰이던 곳으로, 정부는 2002년 발간한 ‘해외 항일 유적(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 장소를 난무팅 4호로 잘못 확인해 건물이 이미 없어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장소인 6호의 목조건물 일부가 남아 있는데, 창사시가 복원·보수 계획을 세운 것이다.

량 처장은 “총격을 받을 당시 백범은 옆 건물인 지금의 10호에서 휴식하다 2층에 연결된 회랑을 따라 6호로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 사업은 10호까지 복원해 6호와 연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며 “부지 매입까지 마쳐 조만간 주민을 이주시킬 방침”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혔다.

창사시 측은 지난해에도 웨루산(岳麓山) 웨루사 요사채(승려들의 생활공간)를 활용해 ‘김구 선생 독립운동 창사 전시관’을 개관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초·중반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임정청사 등 일부 유적을 복원한 것 외에는 중국 내 독립 유적지의 실태 파악과 보존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정부가 2002년 펴낸 실태 보고서도 수많은 유적에 대해 ‘기념 표지라도 달아 놓는 것이 시급히 요구됨’, ‘전시관을 구성할 필요가 있음’, ‘협의를 통해 임시정부 유적지로 보수·정비할 필요가 있음’, ‘추후 정밀 재조사 필요’ 등의 의견을 내놓았으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유적지 보존과 관련해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협조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중국 내 항일유적은 관리는커녕 지표 조사조차도 제대로 안 돼 있다. 주소가 바뀌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데, 경·위도로 표시하면 시간이 지나 주변이 변하더라도 크게 애를 먹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협조를 안 한다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중국 내 항일투쟁사가 우리만의 역사가 아니라 양국 공동 유적이라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민ㆍ관 합동, 실태조사부터 다시 해야"
적극적인 보존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2002년 펴낸 중국 내 항일유적지 보고서에서 드러난 상당수 오류를 당장 확인조사를 벌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질적인 보존·관리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중국 지방정부를 활용하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민간 네트워크를 통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회에 미주·유럽까지 검증 나서길”

◆“해외 유적지 다시 검증해야”=적은 예산으로 단기간 조사에서 보고서 발간까지 마친 2002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조사인원을 늘려 제대로 된 현장조사를 벌여야 한다.

◀ 이현희 명예교수〈성신여대·사학〉

특히 중국은 물론이고 정부의 실태 보고서에 담긴 해외 7개 지역을 상대로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중국뿐 아니라 미주와 유럽 등지에서도 현지 주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 해외 문화재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며 “정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2년 실태조사 예산이 2억원뿐이었는데, 조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면서 “예산과 인력, 조사기간을 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족적 관점 접근 땐 中 당국과 마찰 우려”

◆“중국과 마찰 피할 전략적 접근 필요해”=지나치게 민족 감정을 앞세워 접근하면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 김희곤 교수〈안동대·사학〉

김희곤 안동대 교수는 “중국 중앙정부는 동북공정 이후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상당히 꺼리고 있어 우리가 유적지 보존 문제를 민족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한 뒤 “한국 관광객 유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을 꾀할 필요가 있다. 항일 유적지 발굴 및 보존 사업과 한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중국 측의 경제적 효과와 우리의 유적지 보존이라는 목적을 ‘윈윈 전략’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설득할 근거를 우리가 뒷받침해 주고 중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과 영사관이 적극 지원하는 등의 접근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외교채널보다 현지 학자 등 활용 바람직”

◆“민간 차원의 교류로 ‘돌파구’ 뚫어야”=유적 확인에는 중국 측의 문헌자료와 지적도 등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는 공식적인 외교 채널을 통한 접근보다 현지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학자나 상사 주재원의 도움을 받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다.

◀ 이봉원씨〈다큐멘터리 감독〉

특히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 외에 민간 부문의 비공식 네트워크인 ‘관시(關係)’를 적극 활용해 중국 관청에 보관된 기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수차례 중국 현지를 방문해 임시정부 자취를 추적한 소설 ‘국새’를 펴낸 다큐멘터리 감독 이봉원씨는 “우리 정부의 유적지 연구 방법은 관련 사학자로만 구성하는 맹점을 보였는데,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중국의 관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 연구자가 자료에 접근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면서 “중국 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인을 조사팀에 참여시켜 우회적으로 자료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부 기동취재팀=김동진 팀장·유덕영·장원주 기자 bluewins@segye.com  세계일보 2007.03.01 (목)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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