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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

흥선대원군은 당파를 초월한 인재 등용과 법제 확립으로 조선 후기의 정치기강을 세웠다. 이런 공로에도 불구하고 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쇄국정치가 대표적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를 박해하며 쇄국정책을 고집함으로써 국제관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외래문물 도입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그는 반세계화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대원군은 고종 3년(1866) 천주교를 금지하고 압박하는 소위 금압령을 내리고, 프랑스 선교사 9명과 한국인 천주교인 8000여명을 살해했다. 대대적인 천주교 탄압에 나선 병인박해다. 이에 대항해 프랑스 함대가 같은 해 수차례 강화도를 침범하는 병인양요가 발생하게 된다. 프랑스군은 이후 강화에서 퇴각하면서 관아에 불을 지르고 대량의 서적과 보물 등을 약탈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프랑스군은 이때 왕실과 국가 주요 행사 내용이 담긴 의궤를 비롯해 6000여권의 서적이 보관된 외규장각도 습격해 일부 서적을 약탈하고, 나머지는 불태워 버렸다. 프랑스군이 빼앗아간 도서 가운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191종 296권이 보관돼 있다. 이 중에는 한국에 필사본이 없는 유일본 63권이 포함돼 있으나 이를 한국에 돌려주지 않아 양국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140여년이 지나서까지 우리는 쇄국정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1992년부터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협의해 왔다. 지난해는 도서의 디지털화와 한국 전시에 합의했지만 프랑스가 내세운 3개월 전시 안과 우리의 영구 전시 안이 맞서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중호 변호사가 오는 9일 민간 차원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을 파리 행정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하고 역사적 진실과 법률에 따라 우리 문화재를 찾으려는 이런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함께 학계와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민간 차원의 유기적 연계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프랑스로 넘어간 외규장각 도서는 군인들이 훔쳐간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니만큼 당연히 반환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경업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7.02.0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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