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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아리랑

내가 왜 왔나 내가 왜 왔나/ 우리 님 따라서 내 여기 왔지/ 우리 조선은 따뜻한데/ 그 땅에 못가고 내 여기 사나/ 우리 영감님은 왜 왔다던가/ 나만 혼자 두고 자기만 갔네

징용의 땅 사할린에서 한인 1세대들이 고국을 그리며 부르는 ‘사할린 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징용당한 남편을 따라 사할린에 왔다가 남편을 먼저 저세상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할머니의 애절한 사연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사라져가는 재외동포 아리랑 자료를 집대성하여 발간한 ‘사할린의 아리랑’에는 사할린 동포들이 눈물로 부르던 한 서린 아리랑 가락이 소개돼 있다.

우리 근대사 비극의 현장인 사할린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할린에서는 한인 1세와 그 후손 등 약 4만3000여명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국내에 영구귀국해 살고 있는 1세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가 1992년부터 광복 이전에 태어난 사할린 동포 1세대를 상대로 영주귀국 사업을 벌여 국내에 정착한 이는 1600여명. 그러나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자녀들과 생이별한 아픔을 삭이며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귀국을 희망하는 동포 1세대 전원을 영주귀국시키기로 했지만, 이들의 귀국은 이산이라는 또다른 고통을 안겨준다. 2005년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대상자를 1세(광복 이전 출생자)에서 배우자와 2∼3세 비속(卑屬)까지 확대하는 사할린 한인지원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러시아와의 외교마찰 등을 우려해 지지부진하다.

때마침 사할린 동포의 서글픈 심정이 담긴 그 아리랑의 사연이 편지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소개되게 됐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는 사할린에 끌려간 한인 노동자들의 귀국 희망을 담은 눈물 젖은 편지 1400여통을 확보했다. 이 편지들은 태평양전쟁 뒤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 남게 된 동포들이 195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낸 것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의 상황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고 한다. 이 편지들이 진상규명위에 강제징용 피해 신청을 한 생존자와 사망자 유족에게 보상할 근거로 활용된다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7.05.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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