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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자치주

중국 산둥성 출신의 시인 허징즈(賀敬之)는 동북지역인 옌볜(延邊)의 산하를 둘러본 뒤 ‘산마다 진달래요 촌마다 열사기념비라네’라는 시구로 감상을 요약했다. 중국 동북방에는 남방보다 열사기념비가 훨씬 많다. 그만큼 주민들이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살아 왔음을 증명한다. 조선족 마을을 둘러보면 산 언저리마다 색바랜 콘크리트 기념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옌볜에는 혁명열사기념비가 모두 600여개나 있다고 한다.

항일투쟁, 국공(國共)내전, 6·25전쟁을 거치면서 조선족만 2만여명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명열사기념비는 이 전쟁을 통해 희생된 조선족의 넋을 기리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정신철 박사가 쓴 책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조선족’은 일제와 투쟁하면서 옌볜에서만 독립운동가가 2726명 숨졌으며 이 중 2560명이 조선족이었다고 기술한다. 이렇듯 옌볜은 조선족의 피로 세운 땅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공산당 정권을 세운 뒤 조선족 등 이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25전쟁 막바지이던 1952년 9월 지린성에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세운다. 옌볜자치주는 총면적이 4만2700㎢에 달한다. 중국 조선족은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의 한인에 비해 민족정신이 강했고 자치활동이 보장됐던 덕분에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 물론 북한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다. 부지런하고 교육열이 높은 조선족은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두 번째로 잘산다.

그러나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에서 ‘제3의 한국’으로 불려온 이러한 옌볜이 점차 몰락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1957년 한때 이 지역 인구 220만명 중 65%에 달했던 조선족 비율은 최근 37%까지 줄고, 조선어학교에 취학하는 조선족 아동의 비율은 1996년부터 4년 동안엔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선 조선족끼리도 중국어(漢語)를 사용한다.

중국의 개혁 개방과 1992년의 한·중수교 등의 영향으로 조선족들이 돈을 벌고자 한국과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경제적 사회적 성취를 추구할수록 조선족 사회의 독자적 기반은 취약해지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더라도 조선족이 13억의 인구 대국 중국 내에서 고유한 민족혼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

박병헌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7.08.19(일)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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