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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미크 공화국의 ‘고려인센터’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300㎞ 떨어져 있는 칼미크 공화국에는 현재 1천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지리적 특성 탓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실제로 가기도 쉽지 않은 이곳에서도 소련 시절인 1965년부터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국영농장인 ‘보스호트 소프호스’를 시작으로 이후 3개의 소프호스로 확장되어 한때는 1500명에 이르는 고려인이 살기도 했다. 고려인 지도자인 박 바실리(1908∼2001)가 이끄는 소프호스를 통해서 목축업 위주의 칼미크에서도 쌀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칼미크에서 고려인들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되었던 벼농사를 성공시키고 농업경제에 혁혁한 기여를 한 셈이다.

현재는 소프호스의 책임자도 러시아계로 바뀌고, 고려인들 대다수는 도시로 이주하였다. 지금도 1천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재이주해온 사람들로 벼농사가 아닌 채소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칼미크의 황량한 지역에서 벼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 고려인 후손 가운데 현재 벼농사 소프호스에 남아 있는 고려인은 20여명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한국 문화의 숨결을 만날 수 있었다.

‘보스호트’ 소프호스에는 1997년에 세워진 칼미크 문화센터가 있다. 지역에서 그곳을 ‘고려인센터’라고 부른다. 한때는 ‘고려인센터’의 수강생이 30여명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6명의 고려인이 남아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인 센터’는 박 바르바나(72) 할머니가 동포들에게 “모국어를 모르는 부끄러움”을 면해주려고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작하였다. 이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구할 수 있는 것은 겨우 한국어교재뿐이었다. 구할 수 없는 한복은 책에 실린 사진을 참고해 직접 만들고, 부채는 두꺼운 색종이로 만들었다. 조야한 색상과 어색한 모양새의 한복을 입고 색종이로 만든 살 없는 부채로 부채춤을 추면서 이들은 향수를 달래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옛소련이 해체된 뒤에도 모국과의 특별한 왕래가 거의 없었던 이곳, 아는 이 없고 찾는 이 없던 한적한 칼미크 공화국에서도 고려인들이 눈물겹게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고향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저 한없이 빚진 자의 마음이 가슴을 억누르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어디엔가 또다른 칼미크의 ‘고려인 센터’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형근/모스크바 삼일문화원장  한겨레  2007-08-06 오후 05: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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