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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된 석굴암 원형 논란

굴절형 前室구조 재확인됐지만 “일렬형이다” 의문 여전히 가져

“8부신중 조각은 6개” 주장도 여덟 神을 여섯 神이라 하는 격

불국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석굴암의 원형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40여 년간 계속돼 왔다. 본존불 앞에 있는 전실(前室)의 모습을 둘러싼 논쟁이 첫째다. 전실 맨 앞부분을 장식한 팔부신중(八部神衆·불법을 지키는 여덟 신)이 지금처럼 일렬이었는가, 아니면 맨 처음에 있는 좌우 한 쌍이 꺾여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성균관대 박물관이 일제가 석굴암을 보수 공사하기 직전인 191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전실 앞부분 좌우 팔부신중 한 쌍은 꺾여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본지 9월 18일자 A 25면 참조〉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1910년대 초반 사진을 근거로, ‘팔부신중’ 조각이 원래는 6개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시 사진을 보면 전실 입구 꺾인 부분에는 팔부신중 조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실 입구가 꺾여 있는 굴절형이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 일제가 석굴암을 수리하기 직전(1913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석굴암 본존불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섰을 때, 석굴암 전실 왼쪽 맨 앞부분을 찍었다. 팔부신중상 옆으로 돌을 쌓아 올린 것을 볼 때, 이 부분이 90도 각도로 꺾인 부분임을 알 수 있다. /나카무라 료헤이의‘조선 경주의 미술’중에서.


사실 규명을 위해선 석굴암의 보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붕괴 위험마저 보이던 석굴암을 보수한 것은 1913~1915년이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석굴암은 조각상들 사이가 서로 벌어져 뒤편에 쌓은 돌이 보일 정도였다. 일제는 본존불을 제외한 모든 부재(部材)를 해체한 뒤 다시 세웠다. 이후 습기가 차는 문제가 발생하자 1920년대 부분 보수를 다시 했고, 문화재관리국이 1961~1964년 또 다시 보수했다. 이때 전실 입구에 꺾여 있던 좌우 팔부신중 한 쌍을 다른 팔부신중과 일렬이 되도록 폈다. 여기서부터 전실 구조 논쟁이 시작됐다.

조선시대 이전에 석굴암을 상세히 표현한 그림이나 도면은 없다. 일제가 보수에 들어가기 직전에 만든 ‘석굴암 재래 기초 평면도’나 세부 촬영 사진이 가장 오래된 자료다. 최근에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당시의 사진을 보면 전실 앞부분은 한결같이 90도로 꺾여 있다. 따라서 석굴암의 ‘원형’을 이야기할 때 전실 입구 좌우측이 꺾였는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문제는 1910년대의 사진에는 꺾인 부분에 조각상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팔부신중 조각은 8개가 아니라 6개였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는 “안 보이기 때문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주장이다. 게다가 일제가 석굴암을 보수하면서 석굴암 ‘주변’에서 발견한 팔부신중상 두 구(具)를 꺾인 곳에 붙였고, 일제는 이 두 구가 어디에 있던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불교미술사 어디에도 ‘육(6)부신중’이란 없다. 신라인들이 팔부신중을 조각하면서 8구가 아니라 6구만 만들었을 까닭도 없다. 이것은 한 사찰의 일주문에 사천왕상(四天王像)을 만들면서 3구만 세웠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도 “팔부신중에는 팔이 여러 개인 아수라가 있는데, 일제가 석굴암에서 발견해 붙인 조각상이 아수라였다”며 “일제가 붙인 팔부신중상은 신라인들이 만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미술사)도 “일제가 팔부신중 두 구의 좌우측을 바꾸어 붙였을 수는 있지만 이 팔부신중이 전실에 있던 팔부신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신형준 기자 hjshin@chosun.com   조선일보   2007.09.2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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