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이 고관세 … 관세 철폐시 대일 무역역조 심화 우려
자동차, 일본시장 무관세임에도 불구 지난해 판매 700대 불과
이명박 정부 출범식 직후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이 암묵적으로 공감된 가운데 협상 재개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다, 기술력·자금력 차이 등을 감안하면 공산품 관세철폐 위주의 FTA는 한국의 대(對)일 산업 종속화를 가중시킨다는 것. 아울러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감안할 경우 한국의 대일 수입은 늘어나지만 수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워 무역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26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일 양국간 관세율은 2004년 WTO 통계 기준으로 한국 12.1%, 일본 5.6%에 이른다. 이중 공산품의 경우 한국 6.7%, 일본 2.8%, 농산물의 경우 한국 47.8%, 일본 24.3%로 한국이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송희영 건국대 교수는 지난 22일 (사)한국무역학회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FTA 정책 총점검’ 세미나에서 “일본에 대한 관세수준이 한국보다 낮아 관세철폐의 대일 수출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국간 관세철폐는 한국의 대일 무역역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나아가 국내 자본집약적 산업의 국산화 노력 위축과 산업기술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대일 중간재 수입의존 비중이 커지고, 주요산업의 대일 의존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의 대한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국간 기술격차가 크고,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일반기계, 정밀화학, 전자산업의 경우 관세철폐로 인해 한국이 저부가가치 품목을 특화하는 분업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국 산업구조는 우리나라의 일본의 부품·소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산업내 수직분업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비관세장벽이 완화 또는 철폐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대일 수출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비관세장벽이 일본 고유의 제도 및 상관행동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 대일본 수출 규모가 크고, 일본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들은 이미 일본의 관세가 10%이하로 저율관세 이거나 무관세 품목이 대부분이다. 일본 평균관세율 1% 미만에 속하는 품목들의 대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56.3%에 달하는 반면 관세율 10% 이상 품목들에 대한 수출비중은 3%에 머물고 있다.
실례로 자동차의 경우 무관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차의 일본시장 판매대수는 연간 700여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국내 산업계에서도 한일 FT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본지가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비철금속 기계 전자 정밀화학 석유화학 섬유 디스플레이 등 주요 10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일 FTA에 대한 입장을 탐문 조사한 결과 찬성입장은 디스플레이업계가 유일했다.
이어 석유화학과 섬유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나머지 7개 업종은 반대입장이 명확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양국 모두 무관세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어 (한일 FTA 체결에 따른)직접적인 이해득실은 없다”면서도 “자동차, 기계 등 철강수요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일본은 관세가 없으므로, 우리시장만 개방할 뿐 별다른 실익이 없다”며 “기술이전이나 투자여부도 FTA를 통한 기대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FTA 실장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협상타결에 주안점을 두면 우리나라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내일신문 2008-02-26 오후 2:2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