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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고려는 다루지도 않아…발해는 당나라 지방정부

초급중학교 실험본 역사교과서 18권은 고구려 역사를 삭제하다보니 당연히 고려도 다루지 않았다. ‘고구려’나 ‘고려’를 모두 ‘고려’로 부르는 마당에 고려왕조를 부각시키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실험본 교과서 18권을 올 9월부터 사라지게 되는 기존 교과서 6권과 비교하며 분석했다.고급중학교 기존 역사교과서 14권도 비교용 자료로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고급중학교 역사교과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실험본이 배포된 상태로 오는 2007년 개정작업이 완결될 예정이다.

◇고조선=초급중학교 실험본 역사교과서 18권은 고조선을 아예 기술하지 않았다.

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가 펴낸 7학년(중학교 1학년 해당) ‘역사’ 상권 72쪽 진나라 시대 지도에 ‘조선’이 표기되긴 했지만,인민교육출판사의 7학년 ‘중국역사’ 60쪽 진나라 시대 지도에는 한반도가 아예 그려지지 않았다.

2001년 이전에 만들어진 초·고급중학교 역사교과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91년 초판이 발행된 상하이교육출판사 7학년 1학기 ‘역사’에서 “중화민족의 종이제조술이 조선 일본 아랍 유럽 등에 전해져 세계 문명에 위대한 공헌을 했다”며 간접적으로 고조선을 거론한 게 유일하다.

한나라 시대로 내려오면 모든 교과서가 한반도에 ‘낙랑군’만 표기된 지도를 싣고 있다. 낙랑군은 한나라가 기원전 108년 한반도 서북쪽에 세웠다는 ‘한4군’ 중 하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보고서는 “이런 교과서로 배운 중국 중학생들은 한반도에 고조선이란 고대국가가 있었음을 모른 채 한나라 시대까지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구려=기존 초급중학교 역사교과서들은 대부분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이 있었다’는 기본적 사실은 간략하게나마 기술했다. 상하이교육출판사 7학년 1학기 ‘역사’는 “수 양제가 세차례 고려(고구려)를 공격하는 전쟁을 일으켜 인민을 극심한 어려움으로 내몰아 농민 봉기가 발생했다…”고 수나라와 고구려의 전쟁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며 각주에서 “조선에는 고려(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이 있었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현재 실험본 교과서에선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을 비롯해 고구려 관련 내용이 대부분 삭제됐다. 인민교육출판사 7학년 ‘중국역사’ 상권 105쪽의 중국 삼국시대 지도는 한반도 북부가 위나라 영토로 그려져 있고,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 7학년 ‘역사’ 상권의 같은 시기 지도도 마찬가지다. 두 출판사 모두 수나라 시대에 와서야 한반도 위치에 ‘고려(고구려)’라고 표기된 지도를 싣고 있지만 본문에는 고구려와 관련된 기술이 한 줄도 없다.

인민교육출판사는 대신 교사용 지도서에 “수 양제는 공명욕만 앞세워 세차례 고려와 전쟁을 했다”고 기술했다. 교사용 지도서에는 수나라와 고구려의 전쟁을 수록하고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선 삭제한 것이다.

◇신라=고구려와 달리 신라는 당나라와의 우호관계에 초점을 맞춰 비교적 상세히 서술돼 있다. 중국의 제도와 문화가 신라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인민교육출판사의 7학년 ‘중국역사’ 하권에는 과거제와 관련해 ‘당 왕조의 과거제는 당시 이웃나라에 영향을 줘 신라 일본에서 모두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선발했다. 신라의 유명한 문학가 최치원은 당나라 때 신라인으로서 장안(長安)에서 진사가 된 출중한 사람이다’라고 기술됐다.

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의 7학년 ‘역사’ 하권은 “당나라 정부가 전문적으로 신라 객상(客商)을 접대하려고 사용한 신라관이 유명했다”는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인민교육출판사 9학년 ‘세계역사’ 상권에서는 불교가 중국과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래됐다는 대목이 소개됐다.

◇발해=실험본 초급중학교 역사교과서는 분량이 옛 교과서보다 줄었는데도 발해만큼은 상당히 비중있게 취급됐다.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는 모든 민족의 역사는 중국사에 포함된다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입각해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 지방정부로 기술한 것이다.

인민교육출판사 7학년 ‘중국역사’ 하권 25쪽 ‘당 왕조 후기 강역과 변강 각 민족 분포’란 지도는 발해가 당나라의 동북 영토 안에 있었던 것으로 표기했다. 또 “발해의 도성 상경은 당나라 수도 장안을 모방해 건설됐고,발해는 당 왕조의 제도를 모방해 지방마다 부(府),주(州),현(縣)을 설치했다…”며 발해가 당나라 영역 안에 있던 지방정부임을 강조했다.

이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는 “7세기 말에 말갈족 일파인 ‘속말말갈’이 송화강 및 흑룡강 유역을 통일하니 당 현종이 그 수령을 도독(都督)으로 삼아 발해군왕에 책봉했다”고 기술하며 이를 근거로 학생들에게 중국이 통일적 다민족 국가임을 설명토록 했다.

실험본이 아닌 상하이교육출판사 7학년 1학기 ‘역사’도 “말갈인의 수령 대조영이 당 왕조에 귀순하고 아들을 장안에 보내 공부시켰다. 당 현종은 대조영을 발해도독부 도독으로 봉했다”고 적고 있다.

◇고려=직접적으로 고려를 다룬 교과서는 하나도 없다. 인민교육출판사의 7학년 ‘중국역사’ 하권 54쪽 원나라 시대 지도에도 한반도에 고려가 표기돼 있지 않다. 기존 교과서에 “936년 왕건이 조선반도를 통일하고 국호를 고려로 고쳤다”는 식으로 간단히 서술됐던 내용조차 실험본 교과서엔 없다. 보고서는 “중국에서는 고구려와 고려를 모두 ‘고려’로 부른다”며 “교과서의 고구려 이미지를 약화시켜 가는 마당에 고려왕조를 부각시키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선=상하이교육출판사 9학년 1학기 ‘역사’는 ‘고대중조문화교류’란 항목에서 “15세기 중엽 조선인들은 한자(漢字)에 근거해 이두(吏讀)와 언문(諺文)을 창조했다. 한자는 지금까지 조선반도 주민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통일신라시대에 표기법이 완성된 이두를 15세기 창조물로 잘못 전달하면서 한글의 창제 당시 명칭인 ‘훈민정음’ 대신 한자보다 한글을 낮춰 부르는 ‘언문’으로 표기한 것이다.

국민일보 강주화기자  2005.03.06 17: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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