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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화약고 되나

남중국해가 심상치 않다. 중국과 동남아국가 간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중국과 미국, 일본이 신경전을 벌여온 이 지역을 둘러싸고 주요 당사국들 간에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워낙 뿌리가 깊고 관련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좀처럼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최근 상황과 그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중국-동남아국가 분쟁구도
베트남과 심각한 대립 … 대륙붕 경계선 제출 놓고 분쟁 격화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올해 들어 봇물 터지듯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와 미국, 일본까지 당사국인 이 지역 분쟁이 이처럼 한꺼번에 불거져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의 여러 영토분쟁 지역의 하나로 인식되던 남중국해가 새로운 ‘화약고’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10일부터 분쟁당사국을 견제하기 위해 순시하고 있는 중국의 어업행정지도선 311호

◆“전쟁도 불사”=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핵심인 남사군도(스프래틀리(Spratly)군도)와 서사군도(파라셀(Paracel)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이다. 여러 국가가 한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대 동남아국가 간 분쟁이라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과 가장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중국 남쪽과 베트남 동쪽에 위치한 남사군도 100개 섬 가운데 베트남은 20개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조치를 최근 잇달아 취해 왔다. 지난달 25일 베트남정부는 황사도현(서사군도의 베트남 지명) 인민위원회 주석을 임명했다. 18일에는 베트남공산당 하노이위원회 부서기가 대표단을 이끌고 남사군도를 방문해 현지 거주 주민에게 가구당 500만 베트남동(약 35만 원)이 예금된 통장을 건네줬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중국은 서사군도 및 그 부근 해역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 측의 이와 같은 행동은 불법적이며 무효이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베트남은 서사군도 및 남사군도 영유권에 대한 역사적, 법리적 근거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맞섰다.
베트남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잠수함을 구매했다. 해군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영토분쟁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RIA통신은 지난달 27일 “베트남 정부가 킬로(Kilo)급 잠수함 6척을 러시아로부터 구매하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약 18억 달러(약 2조4400억 원)에 타결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에는 필리핀과 중국 간 영유권 분쟁이 달아올랐다. 필리핀국회가 2월17일자로 남중국해의 중사군도 부근 황암도와 남사군도 일부를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는 ‘영해선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즉시 성명을 발표하고 “황암도와 남사군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이고 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왕광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주중 필리핀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하기도 했다.
황암도는 중사군도에서 동쪽으로 160해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면적 150평방미터의 섬이며 주변 해역을 필리핀 해군이 통제하고 있다.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은 분쟁당사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을 순시하는 어업행정지도선을 지난 3월1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어업행정지도선이 단순한 선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식명칭이 311호인 이 지도선은 공식적으로는 중국 농업부 남해구 어업행정국에 속한 농업용선박이지만 배수량이 4600톤에 달하고 길이는 112미터, 넓이는 15미터인 대형선박이다. 이 배는 원래 중국 해군 남해함대 소속 구조선으로, 사실상 군함이다.
군함급 선박인 311호가 운항을 시작하자 필리핀에서는 여론이 달아올랐다. 하원에서는 중국의 행동을 침략에 비유하는 발언이 나왔고 일부에서는 중국과 전쟁을 벌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됐다.

대륙붕경계안 놓고 긴장 고조=최근 이 지역에서의 분쟁 격화를 부채질한 것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 대륙붕경계획정안이다. 각국이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 외에 자국이 관할하는 대륙붕을 표시해 유엔에 통보하는 대륙붕경계획정안을 놓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7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대륙붕획정제안서가 자국의 영토와 영해를 침범했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이들 국가가 “중국의 주권과 관할권을 침범했고 유엔 해양법과 대륙붕한계위원회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베트남은 7일 다시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을 비난했다. 베트남 외교부 레 중 대변인은 8일 “중국의 처사는 베트남의 주권과 남중국해 일부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며 “베트남은 1982년 유엔 해양법 규정에 따라 대륙붕획정제안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외교 각서의 내용은 베트남의 주권과 남중국해에 대한 관할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면서 “더구나 외교 각서에 첨부한 지도는 법적 또는 역사적 근거를 갖지 않은 것으로 효력이 없고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미 해상 대치 빈발
중, “미 간첩선 침범”… 미 “해양조사 활동 방해”



중국과 미국은 미 해군 관측선의 활동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해변에서 270km 떨어진 해상에서 해양조사 활동을 벌이던 미국 해군의 해양관측선 USNS 빅토리어스호 앞을 중국 어선 2척이 가로 막았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리고 “미국 측에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항의했다. 미 해군의 간첩선이 사전 허가도 없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국방부는 빅토리어스호는 공해상을 운항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해양법 위반과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중국 측이 자유로운 해양조사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해상충돌은 지난 3월9일에도 발생했다. 당시에는 정보함 1척 등 중국 선박 5척과 미 해군 관측선 임페커블호가 남중국해에서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언론은 미 해군의 최근 활동과 이로 인한 충돌이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미국 매파의 책동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사주간지 <시대주보>는 임페커블호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 3월19일 분석기사에서 “중-미 간 해상충돌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미국 매파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아직 검토 중인 때를 틈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보다 강경한 것으로 확립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강경파 인사들은 중국 인근 공해상에서 미 해군 관측선의 활동은 꾸준히 방해받아 왔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임스 라이언스 전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지난 4월 워싱턴타임스 기고문에서 “국제수역있지만 서로 양보하려는 의사가 없다”며 “남중국해에서 양국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에서 해군 측량선의 민간인 승무원들의 활동을 중국이 방해하는 것은 국제해양법과 ‘해상에서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해군 측량선이 중국 인근 해역에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로 매년 1~2척 규모였다. 이를 지켜보던 중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2001년 3월에는 중국 선박이 미국 해군 해양관측선 보우디치호를 막아섰고 2002년 9월에는 서해(황해)에서 활동 중인 미국 해군 해양관측선을 향해 중국 해군 선박과 항공기가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 보우디치호는 지난해 9월에도 2001년과 같은 일을 당했다.


경제·군사·지정학적 요충지
석유 77억배럴 매장


남중국해에 이처럼 수많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갖는 중요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선 남중국해에는 막대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 남중국해에는 77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28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7,500km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가 이 지역을 지나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의 50% 이상이 남중국해에 속하는 말라카 해협 등 3개 해협을 통해 옮겨지고 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관문인 말라카 해협을 통하는 원유의 양은 하루 1000만 배럴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사용하는 원유의 상당량이 이곳을 통하지 않고는 수입되기 어렵다.

남중국해는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중국이 대양해군을 운용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며 미국은 남중국해 인근 괌을 아시아태평양 전력의 핵심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반드시 뚫어야 하는 곳이고 미국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군사적 긴장도는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9년 5월21일자  내일신문 이정애 리포터

*2009.05.22 독도본부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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