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17-02-19

트럼프, 푸틴·아베와 中 포위…시진핑, 일대일로 `정면돌파`

`하나의 중국` 갈등은 G2간 사전 탐색전

북핵·사드 둘러싸고 美·中 본격 기싸움

환율조작국 지정 등 통상·환율전쟁 예고







지구촌 곳곳에서 힘과 힘이 부딪치고 있다.


특히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몽'을 앞세우는 중국의 힘이 세계의 접점마다 파열음을 내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카리스마의 두 스트롱맨이 등장하면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구도로 양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사실 블라디미르 푸틴, 아베 신조와 같은 다른 지도자들의 활동은 아직은 부차적이다. 결국 주인공은 트럼프와 시진핑 두 사람이다.


아시아 국가들을 활용해 중국의 세력을 아프리카·유럽까지 확장하려는 중국의 야심 찬 일대일로 사업에 대항해 주변국들과 손잡고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포위작전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시대의 미국은 중국을 G2(주요 2개국)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후변화 대책, 대테러·사이버안보 협력 등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중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무역을 일삼는 나라로 몰아가고 있다. 두 강대국의 충돌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면서 중국과 사전 탐색전을 벌였다면, 취임 이후 첫 라운드의 단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20여 일 만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면서 미·중 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9일 어렵사리 전화통화를 하고 모처럼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으나 북한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저지할 목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에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에 무책임한 나라로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봐주기 때문에 대북 제재 효과가 없는 것이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미국은 또 북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암묵적 지원에 대해서는 제3자 제재라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내세워 강력히 응징할 방침이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북한제재법을 활용하라는 의회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결에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 카드를 뽑아들 방침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이른바 환율전쟁, 통상전쟁 선언이다.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큰 인사들을 내각에 전면 배치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부당하게 중국산 제품을 미국에 대거 수출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선 기간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수단으로 주변국들과의 협공을 기획 중이다. 한미동맹을 대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중국의 남중국해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손잡았다. 지난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일본과 함께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과 손잡고 러시아를 견제하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이제는 러시아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군사적 협력을 약속한 것은 서남아시아 일대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가로막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시 주석의 대응은 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역학구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일대일로 사업이다.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지 연선 국가들과 철도, 도로, 송유관, 항만 인프라스트럭처를 연결해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아시아·태평양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있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 주석이 취임한 뒤 최대 국책사업으로 기획했지만, 사실 그동안 개념계획에 그치고 있었다. 연선 국가들 대부분이 재정이 취약한 나라들이라 중국만 쳐다보고 있어 파키스탄 정도를 제외하곤 실제 사업 추진이 더딘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시 주석이 직접 정상회의를 개최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오는 5월 개최되는 '일대일로 정상회의'다. 이미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이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이유는 사업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투자에 의존하는 만큼 단순히 경제벨트에 그치지 않고 친중 연대의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송유관, 철도 연결 사업을 진행 중인 파키스탄은 중국 주력 전투기 젠-10 수입을 추진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역시 중국에서 항만과 경제특구 건설을 지원받고 있는 미얀마도 지난 연말 최초로 중국과 외교안보 분야 2+2 고위급 대화를 개최했다.


반미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 상반기 다시 방중해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시진핑, 언제 처음 만날까…7월 독일 G20 전 회담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스트롱맨은 언제쯤 만날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3주가 되도록 중국을 외면하다가 지난 10일 처음으로 시 주석과 통화했다.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존중 의사를 밝혀 우호적으로 진행된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조속히 정상회담을 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당초 외교가에서 예상한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보다 더 일찍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중화망은 최근 보도에서 "두 정상이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한 것은 실무선에서 이미 협의를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두 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 정상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강화 등 트럼프가 요구해온 사안은 시진핑이 선뜻 수용할 수도 없고 트럼프가 완전히 물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은 당분간 장관급 등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뒤 상반기 안에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2017.02.13]

  기사입력시간 : 20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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