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23-05-24

블라디보스톡 환적항 163년 풍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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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어로 동방을 다스린다는 의미다. 도시의 역사는 2차 아편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나라는 베이징 근처 원명원을 파괴하며 위협하는 영국과 프랑스에 패해 1860년 베이징 조약을 체결한다.



영국이 이때 홍콩을 할양받자 러시아도 영국과 프랑스 청나라 사이에서 협상을 중재한 몫을 청에 요구한다. 1858년 아이훈 조약으로 뺏은 외싱안링 산맥과 헤이룽강 사이의 영토를 재확약하는 한편 우수리강 동쪽의 블라디보스톡 해변까지 더 확보한 셈이다.



면적만 144만 평방킬로미터로 동북 3성과 맞먹는 규모다. 영국이 차지한 홍콩보다는 1360배 더 많다. 항구 건설도 홍콩보다 빠르다.



절치부심하던 중국은 2차대전 후 전승국 자격으로 러시아에 블라디보스톡 등 영토 반환을 요구한다. 당시 장제스는 중 소 우호동맹조약을 체결하면서 스탈린에게 다롄과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사할린 섬을 콕 집어 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다롄과 뤼순 그리고 만주철도를 돌려주고 블라디보스톡은 50년 후 반환을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중국의 집요한 요구는 1980년대 들어서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두만강 하류의 통항권을 공유하려는 시도다. 지린성을 앞세워 동북아 지역과의 경제교류를 늘릴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이 훈춘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는 등 인프라 투자를 집중한 시기다.



3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중국에서 투자하는 전용 부두를 수용할 수 있다고 양보했지만 1992년 항구를 개방 이전까지 아무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양국 국경협정은 1999년 마무리되지만 2005년 6월 최종 타결된 결과를 보면 과거 네르친스크 조약에서부터 베이징 조약 내용을 뒤집지 못한다. 홍콩의 경우 130년이 지난 후 영국으로부터 반환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인민일보 보도를 보면 100자 정도의 간단한 뉴스로 처리했을 정도다. 중국으로서는 알리고 싶지 않은 협정 내용이었던 셈이다.



2021년 6월 28일 시진핑과 푸틴은 양국 우호협약을 5년 연장하면서 영토 분쟁 없음을 공식화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지린성의 블라디보스톡 항구 이용에 대한 뉴스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내화물을 위한 환적항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 항을 통한 환적 화물을 운송은 이미 2007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헤이룽장성으로 향하는 환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가 선석 공사를 통해 처리하는 화물은 지린성 환적화물이다. 수출입용 환적화물은 기존의 북한 나선항을 이용해야한다. 나선항과 중국 닝보항간에는 화물항로가 개설돼 있다.



지린성에서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이용해도 나선항보다 효율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헤이룽장성의 경우 다롄 항까지 거리 1000km에 비하면 블라디보스톡이나 나홋카 항이 유리할 수 있다.



게다가 블라디보스톡 항은 부동항도 아니다. 얼어 있는 기간이 연간 100일 이상이다. 겨울이 항구를 이용하려면 쇄빙선을 동원해야 하니 해상운송에 치명적이다.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안개도 짙다. 여름 가을 합치면 안개 낀 날이 절반에 가깝다. 항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도 적다. 2018년 기준 블라디보스톡 항의 물동량은 2120만 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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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 지역 항만을 다 합쳐도 지난해 말 기준 물동량이 2억9000만 톤이다. 중국 다롄항 한 곳보다 적다.



다만 최근 지린성과 러시아의 무역이 늘고 있는 추세다. 1분기 지린성과 러시아간 무역 총액은 57억3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92.3%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에이룽장 성의 대러시아 수출입액 111억 위안 규모보다는 적지만 증가율은 확실히 앞서고 있다.



아무튼 블라디보스톡 항에서 지린성 환적 화물을 처리하는 의미는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라진 중국 위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 간 지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특히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쟁 중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인 셈이다.



서방의 제재에 노출된 서부 항만과 달리 극동 항구의 이용가치는 상한가다. 대다수 수출입 화물 처리와 함께 항구 사용료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극동지역을 통해 천연가스가 중국으로 들어가고 동북 3성 도로에도 화물이 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의 무역이 중요하다. 중국 세관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양국 무역액은 538억4600만 달러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8.7%나 증가한 수치다.



이중 중국의 대러 수출은 240억7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7.1% 늘었다. 중국의 대러시아 수입도 32.6% 늘어난 297억7200만 달러다.



특히 중국 동북지역은 에너지 원자재 생산과 비축기지다. 하지만 철로와 도로 사정은 좋지 않다. 남방으로 화물을 보내려면 1000km 떨어진 랴오닝성의 다롄항이나 잉커우 진저우 단둥 후루다오 등 작은 항만을 이용해야 한다.



다롄과 잉커우 항의 경우 지난해 처리한 물동량은 각각 3억600톤과 2억1100만 톤이다. 중국 내 물동량 순위로 따지면 14위와 23위다.



아무튼 블라디보스톡 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하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입이 늘어날 수 있다. 서방으로부터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위한 용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양국은 지난해 말 극동지역에서의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을 벌이기로 한 상태다. 당시 러시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극동에 70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 경제특구를 만들고 중국이 79개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내용도 있다.



광산 인프라건설 자동차 기계 전자 정보통신 농업 등 분야에 투자 예상 금액만 1700억 달러 규모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흐름으로 보면 실현 불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와 다른 밀월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2019년 미 중 무역 전쟁이 한창일 당시에는 러시아가 어부지리를 노렸다면 이제는 반대다. 러시아와 우트라이나 전쟁은 중국에 유리한 기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매일경제  2023.05.22]




독도본부 2023.05.23 www.dokdocenter.org
  기사입력시간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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