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5

북한핵의 두 얼굴

얼마전 미국의 격월간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20세기를 풍미했으나 21세기에 들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사상·이론 6가지를 소개하며 그 하나로 군산복합체를 들었다. 이 잡지는 이같은 결과가 관련 학자와 연구자들에 의뢰해 조사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과연 군산복합체는 역사 속에 묻힌 옛 유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가.



군산복합체는 거대한 군사기구와 대형 방산업체가 결합된 형태를 일컫는다.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미국대통령이 퇴임연설에서 군산복합체의 폐해를 경고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이젠하워는 재임동안 군부와 방산업체의 영향에 의해 주요 정책들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후 40년이 지난 지금 조지 W 부시 정부는 군산복합체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부시정부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라크에 대한 침공준비도 군산복합체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핵심은 이 나라의 석유자원 확보에 있고 이에 성공할 경우, 부시정부와 가까운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북한이 ‘악의 축’으로 선택된 것은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사일방어(MD)시스템 구축 명분등을 얻고 이슬람세계만을 적으로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군산복합체 문제는 부시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한 갖가지 설(說)들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북한핵 해결방안들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적지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며칠전부터 일본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북한에 대한 화력발전소(화전·火電) 제공설 역시 그중 하나다. 북한의 핵대체 에너지로서 화전건설이 새로운 화두는 아니지만 그 시기가 주목을 받고있는 것이다.



이번 화전 얘기는 지난 14일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콜린 파월국무장관의 북한에 관한 발언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 포기를 한다면 식량과 에너지의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파월장관은 북한의 원자력 발전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의 지원은 전력을, 새로운 합의는 경수로의 폐기와 화전건설을 의미한다.



이어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와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7일부터 화전문제를 보도하고 나섰다. 미국과 일본정부가 북한에 경수로 대신 화전을 제공하며 중유공급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느니, 한국정부가 미국에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북한에 제공하자는 제안을 해 검토에 들어갔다느니 하는 내용들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무 부장관은 18일 일본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對北)불가침 약속을 문서화할 수 있다며 “화전이 경수로보다 값쌀뿐 아니라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다”고 화전홍보에 열을 올리는 기색이었다.



북한핵 문제는 제쳐진채 경수로냐 화전이냐가 쟁점으로 등장해버린 꼴이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예를 들면 미국의 석유기업 엑슨 모빌 프로젝트가 그 한 배경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 모빌이 사할린 해저가스를 개발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북한에 대한 화전제공을 구상해왔고 이같은 구상이 미국의 북핵 해결방안과 맞물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들이 회자되고 있다. 일본기업이 사할린 해저가스에 지분을 갖고있어 일본 언론의 관심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게 돼있다.



북한핵의 또다른 얼굴이다. 북핵 위기라는 ‘정치안보’로 한반도 전체가 들썩이는 와중에 천문학적 액수의 프로젝트에 얽힌 ‘정치경제’가 뒷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핵에 관한 안보논리의 진실과 허구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조차 갖게한다. 남북한의 이해 역시 함께 얽히고 있다.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사할린 가스전의 문제에 신경을 써야할 입장이다. 이미 10억달러 이상의 돈이 들어간 경수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건재한 시대, 북핵문제는 두얼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김광원 논설위원 2003.1.20. 문화일보

  기사입력시간 : 200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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