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6

부시, 루비콘강 건넜나
미국·영국·스페인 정상들의 ‘아조레스 회담’을 분기점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한 초시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3국 정상이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에서 16일 밝힌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부시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설정한 시한은 17일까지 만 하루다. 이들은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제출한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거부권 행사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부동(浮動)국가’ 6개국도 결의안에 부정적이어서 전망은 어둡다.



이런 점에서 이날 정상회담은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라기보다는 국내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를 위한 일종의 ‘정치행사’였다.



향후 관심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표결 여부와 부시 대통령이 이르면 17일 밤(현지시간) 밝힐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 내용이다.



우선 안보리 표결에 대해 부시 대통령 등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적 예측은 표결에 회부하지 않고 철회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영·스페인·불가리아 등 지지 4개국 외에 부동 6개국 중 5개국을 끌어들여 9개국을 확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도덕적 명분’을 쌓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오히려 위법성 시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골드스미스 법무장관은 블레어 총리에게 기존 결의안을 근거로 전쟁에 들어가는 것은 적법하지만 새로운 표결에서 부결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결의안이 철회된다면 부시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설정할 최후통첩 시한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계 증시가 문을 닫는 금요일(21일) 이후 주말이 전쟁 개시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16일 이스라엘, 시리아, 쿠웨이트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 공관원 중 비필수요원과 가족들에 대해 출국령을 내려 침공 시간표가 촉박함을 짐작케 해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연설원고 작성자와 대국민 연설 내용을 협의했으며 이들을 아조레스 정상회담에도 동행시킨 것은 미국의 조기 전쟁 방침이 확정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변수는 프랑스의 태도와 이라크의 움직임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미 CBS와의 회견에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절충 가능성을 내비쳤다.



제임스 루빈 전 국무부 대변인은 “프랑스가 눈을 깜박거렸다”라면서도 타협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내다보았다. 프랑스와의 접촉은 미국 대신 영국이 맡고 있다. 프랑스가 시한 설정에 동의하면 전쟁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



이라크의 경우에는 부시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후세인 대통령의 자진망명 변수가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후세인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이라크사태는 미국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외길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2003.3.18.경향신문
  기사입력시간 : 20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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