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5-16

키슬링의 사직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한 미국외교관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사표를 던졌다.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인 존 브래디 키슬링(John Brady Kiesling)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장문의 사직서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그는 20여년 동안 중동에서 근무해 온 중동전문가다. 사직서는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에 의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키슬링의 사직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시종한다. 그는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것은 꿈의 직업이었으며, 부시 대통령 이전에는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 시민과 세계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왔다”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전제한 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베트남전쟁 이래 이번처럼 여론조작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면서 “미국은 (9ㆍ11후) 2년간 편협한 국익을 위해 전세계 파트너들의 소중한 가치를 저버렸다”고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를 개탄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9ㆍ11을 계기로 테러리즘을 국내정치의 도구로 만들었다”면서 “자기 파괴를 향해 몸부림친 이기적이고 미신적인 제국,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가 미국의 모델이냐”고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키슬링은 미국이 전세계 여론과 우방국의 쓴 충고에 귀 기울일 것도 촉구했다. 그는 “미국에는 미국이 100여년에 걸쳐 쌓은 도덕성을 존중해 주는 좋은 친구들이 여전히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보다는 미국의 오만함이 더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그리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유럽 내 반미감정의 온실이라는 그리스에서조차 상상하기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고 말해 미국이 고립을 자초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이 테러리즘에 대한 답이 아니라는 올바른 충고를 듣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필요성에 대해 세계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키슬링이 사직서를 보낸 대상은 공교롭게도 부시 행정부에서 드물게 비둘기파인 파월 장관이다. 국무성 소속 외교관이니까 소속 상관인 파월에게 보내는 게 당연하지만, 정작 키슬링의 소리를 들어야 할 대상은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이 중심인 매파들이다. 키슬링은 “(파월의) 성품과 능력을 크게 존중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사직서를 받은 파월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2003.3.14.한국일보

  기사입력시간 : 2007-05-16

이 뉴스클리핑은 http://dokdocenter.org/dokdo_news/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