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8-31

근대문화유산 관심 높인 등록제

최근에 보도된 근대문화유산 관련 사례는 문화민족임을 자부했던 우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경기 시흥시 소래 소재 옛 천일염전 창고들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등록 문제를 논의하려던 때에 전격적으로 철거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살던 집은 5년 전에 한 기업이 사들여 주차장을 만들려다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등록문화재 84호로 등록까지 했으나 고의로 보수를 하지 않아 폐가가 되어가고 있다. 몇년 전에는 해방 직후에 활동했던 건국준비위원회 청사 건물이 문화재등록설이 나오자 철폐되었다. 문화재로 되면 재산권행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이해타산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란 절박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선의를 믿고 보존대책에 소홀했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우리 세대가 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및 6·25 전후 시기에 조성된 근대문화유산들이 많다. 전통문화유산은 아니지만 근현대의 체험자요, 증언자로서 문화재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들도 있다. 근대문화의 산물을 문화재로 보존하자는 운동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몇년 전부터 우리의 문화의식을 일깨워왔다. 세계 각국에서는 20세기에 이뤄진 건물이나 심지어는 20여년밖에 되지 않는 건조물도 문화재로 등록, 활용하고 있다. 옛 기차역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프랑스의 오르세 박물관, 시민광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의 옛 도크 등은 대표적이다. 문화유산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당대의 긍지요, 사명이다.



-재산권 충돌 ‘지정’제도 보완-



문화재청은 2002년부터 작년까지 총 319건의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시켰다. 서울 남대문로의 한국전력 사옥을 비롯하여 아치형 현관이 특징인 서울시립미술관(구 대법원 청사), 한국전쟁 도중에 지어진 박공지붕의 조선대학교 본관, 통기타를 둘러메고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던 추억의 신촌역, 우리나라 최초의 자장면집인 인천 선린동의 공화춘, 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하였던 구 보성여관,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바닷속 굴 통영해저터널, 6·25때 부산의 임시수도 청사 등이 대표적인 등록문화재에 속한다. 이들은 그 지역에 문화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앞으로 관광명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보존하는 방법은 주로 등록문화재 제도를 활용한다. 이는 지정문화재 제도와 함께 국가가 문화재를 관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종래에는 지정문화재 제도를 활용해왔다. 지정문화재 제도는 문화재의 원형 유지를 목적으로 국가의 엄격한 보호 통제가 수반되었다. 그 때문에 사유재산권 행사와 그 주변 건축물의 층고 등의 현상 변경에도 일정한 제약이 가해졌다. 지정문화재 제도가 이렇게 소유자와 그 주변 주민에게 보람 대신 불편도 주었기 때문에 문화재 지정을 꺼리는 현상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등록문화재 제도였다. 최근에는 공적인 재원으로 문화재를 매입·보존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제도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지정문화재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정책의 하나다. 주로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에 활용되는 이 정책은 문화재 보호 의지를 가진 정부와 문화재 소유자인 국민이 서로 상생 상보할 수 있는 제도로서, 소유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약속하면서 그 등록을 유인하고 있다.



-전국 300여건 문화적 자긍심-



등록문화재로 되면 상속세 징수를 유예하고, 1가구 1주택의 경우 양도세를 감면하며, 재산세도 50% 감면되고, 건폐율 용적률이 최대 150% 정도까지 할증된다. 현상변경 시에도 건물 외관의 4분의 1 이상을 바꿀 경우에만 당국에 신고하되 건물 내부를 바꾸는 경우에는 신고할 필요가 없도록 했고, 내부를 변형한다든지 수리할 경우에는 국고보조도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유산 보존자로서의 영예도 갖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재산 가치를 증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 이 제도에 관심을 보이며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근대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청신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경향신문  2007년 07월 17일 17:56:15



  기사입력시간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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