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7-08-31

고 려 청 자























“선(線)은 / 가냘픈 푸른 선은 / 아리따웁게 구을러 / 보살같이 아담하고 / 날씬한 어깨여 / … / 빛깔 오호! 빛깔 /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 ….”

월탄 박종화는 ‘청자부(靑磁賦)’에서 천년 묵은 고려청자의 맵시 있는 선을 보살의 어깨에, 신비로운 비췻빛을 가을 하늘에 비유해 찬미하고 있다.


흔히 고려청자의 빛깔과 같이 푸른색을 비색(翡色)이라 한다. 고려인들이 푸른 빛깔의 도자기를 비취옥에 비유한 데서 비롯됐다. 이들은 청자의 빛깔을 솔잎 색이나 하늘색에 견주기도 했다. 이런 색깔로 그들이 동경하는 이상세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청자의 빛깔은 차다. 쉽게 접근해 친밀해질 수 없는 색이다. 그것은 무(無)의 세계, 곧 하늘 높이 있는 다른 세계와도 통한다. 현세를 떠나 영원한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이 청자에 배어 있는 것이다.


고려청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중국자기를 능가하는 독창성을 자랑한다. 이미 11세기 초 거란 등 외국 왕실에 선물로 보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청자는 고려 귀족들의 기호에 맞아 대량으로 만들어졌는데도 오늘날 그 빛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고려청자의 발굴은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근래 남해와 서해 앞바다 곳곳에서 고려청자가 출토돼 이 지역이 도자기 생산과 교류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1983∼84년 완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국내 첫 ‘보물선’ 완도선에서는 고려청자 3만점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계기로 수중 발굴이 활기를 띠면서 2002년과 2003∼04년에도 군산 앞 해저에서 발견된 고선박에서 고려청자가 나왔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채 침몰한 고선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한 어부가 푸른 빛깔의 접시를 끌어안고 있는 주꾸미를 낚은 것이 계기였다. 앞서 발굴된 청자보다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고 문양과 유약도 우수해 국보급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남 강진에서 생산된 청자를 싣고 왕실과 지배층이 있는 개성으로 항해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저유물발굴사에 길이 남을 개가다.


안경업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7.07.25
  기사입력시간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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