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 2008-05-13

‘엘긴 마블’ 그리스―영국간 논란 재점화

19세기 초 영국이 가져가 대영박물관에 전시해온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 ‘엘긴 마블’. 지난 수십년 동안 반환을 요구해온 그리스와 이를 거부하는 영국 간에 뜨겁게 벌어졌던 ‘엘긴 마블 논쟁’이 그리스의 새 박물관 개장을 앞두고 재점화되고 있다고 BBC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엘긴 마블은 그리스를 지배하던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공사 엘긴 경이 1801년부터 수십년간 영국으로 반출한 파르테논 신전 내외벽의 대리석 부조와 조각상들이다. 1816년 영국 정부가 이를 사들여 이후 대영박물관에 ‘엘긴 마블’이라는 컬렉션으로 진열해왔다.


올 하반기 정식 개장하는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의 야심작은 그리스가 보유한 진품 파르테논 조각 옆에 엘긴 마블 모조품을 나란히 배치하는 것. 대영박물관의 반환 거부로 엘긴 마블 진품과 ‘별거’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논쟁은 대영박물관과 아크로폴리스박물관 사이의 심리전 형태를 띠고 있다.


박물관 건축을 총괄한 디미트리오스 판데르말리스는 “파르테논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확인시키는 게 전시 목적”이라며 “관람객들은 대영박물관의 태도가 왜 잘못됐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르테논 마블 통합 영국위원회’ 앤서니 스노드그래스 회장도 “새 박물관의 도덕적 압력은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박물관 개장으로 그리스의 공기오염과 부실한 유물 보존책 등 영국측이 내건 반환 불가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를 상실했다.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이 건축비 1300만유로(약 210억원)를 들인 초현대식 건물인데다 철저한 유물 보존 대책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돼야 세계 각국 관람객이 엘긴 마블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아크로폴리스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이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에 영국측은 다시 “엘긴 마블은 대영박물관의 세계적 유물들과 함께 보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2008.05.12 16:04:52 



 

  기사입력시간 :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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